한국 펜싱이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월드컵에서 여자 에페 간판 송세라는 개인전 결승에서 카트리나 레히스를 15-11로 꺾고 우승했고, 다음 날 단체전에서도 한국이 미국을 45-34로 제압하며 정상에 섰다. 송세라는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가져가며 2관왕에 올랐고, 한국 여자 에페는 팀 랭킹 1위도 지켰다.
여자 사브르와 남자 사브르도 흐름을 이었다. 2025년 11월 알제리 알제 월드컵에서는 전하영이 여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슈거 카틴카 버타이를 15-12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고, 한국은 여자 단체전에서도 우승했다.
2026년 1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월드컵에서는 오상욱이 개인전 정상에 올랐다. 특정 선수 한 명의 반짝 활약이 아니라 종목별로 국제 경쟁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 성과를 단발성으로 보기도 어렵다. 한국 펜싱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수확했고,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금 6개, 은 3개, 동 3개로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4회 연속 종합 우승을 달성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확인된 저력이 월드컵 시즌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그룹의 장기 후원이 있다. SK텔레콤은 2003년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은 뒤 20년 넘게 종목을 지원해 왔고, 대한펜싱협회 등을 통한 누적 지원 금액은 약 300억원에 이른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해외 전지훈련과 국제대회 참가를 뒷받침했고, 2004년부터는 국내에서 SK텔레콤 국제 그랑프리 펜싱 대회를 열며 국제 경쟁 경험을 넓혀 왔다.
그 위에 최신원 회장이 맡아온 협회 운영이 더해졌다. 최신원 회장은 2018년 3월 대한펜싱협회장에 올라 한국 펜싱을 이끌기 시작했고, 2025년 3선에 성공해 2029년 정기총회 전까지 세 번째 임기를 수행한다. 기업의 장기 후원과 협회의 연속성 있는 운영이 더해지며, 한국 펜싱이 올림픽 뒤에도 곧바로 세계무대 성과를 이어가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펜싱 선수들이 만들어낸 성적 뒤에는 20년 넘은 후원과 두 번의 임기를 이어온 협회 운영이 쌓여 있다. 한국 펜싱이 2028 LA 올림픽에서 어떤 역사를 써낼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