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자위대 파견 요청에 대해 헌법적 제약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헌법상 한계에 대해 이해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일 동맹 관계에서 일본의 평화헌법이 여전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19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청에 대해 명확한 한계를 제시했다.
일본 민영방송 NNN이 21일 회담 참석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정식 정전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자위대 파견은 어렵다는 인식을 전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자위대 파견이 어려운 이유로 헌법 9조 제약을 거론했다.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 9조는 태평양 전쟁 패전 후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적 포기, 전력 불보유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지역에 자위대를 파견하는 것은 법적으로 제약이 따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의 설명에 이해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다음 날인 2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일본은 필요하면 지원해 줄 것"이라면서도 "일본에는 헌법상 제약이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일본 등 동맹국에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사실상 요청한 바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에 맞서 일본의 역할 확대를 요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일본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며 직접적인 파견 요구를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후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는 매우 중요하지만, 일본의 법적 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민감한 논의를 진행했다"며 "이에 대해 상세히 명확하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과거에도 중동 지역 파견에 신중한 접근을 보였다. 2019년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됐을 때 아베 신조 당시 총리는 '조사·연구' 명목으로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에 자위대를 파견했다.
당시에도 직접적인 군사 개입보다는 제한적인 역할에 머물렀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을 앞둔 18일에도 2019년과 같은 대응에 대해 "정전이 확실하게 확립돼 있다는 것이 조건"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완전한 정전 합의가 이행된 이후라면 기여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다"며 정전이 전제 조건임을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회담 후 공식 발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 안전과 관련해 일본을 비롯한 각국에 대한 공헌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법률의 범위 내에서 앞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을 확실히 해 나가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