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 모의재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자주 언급해왔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실제로 전 전 대통령이 사형을 구형받았던 바로 그 법정에 피고인 신분으로 서게 됐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전두환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일화를 종종 꺼내곤 했습니다.
2021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12·12 모의재판에서 판사 역할을 하면서 당시 신군부 실세 전두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역사의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라고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제(9일) 윤 전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이 30년 전 사형을 구형받았던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 피고인 신분으로 앉아 구형을 기다렸습니다.
당초 이날 구형이 예상됐지만, 김용현 전 법무부 장관 측 서류 증거 조사가 계속 늘어지면서 재판이 밤늦게까지 이어져 구형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13일 다시 이 자리에 나와 구형과 최후진술을 받아야 합니다.
윤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 사이에는 여러 인연이 얽혀있습니다. 대통령 후보 시절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발언했다가 사과한 바 있습니다.
이 발언이 큰 비판을 받자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반려견 토리에게 사과를 건네주는 사진을 올리며 "(토리가) 아빠를 닮아서 인도 사과를 좋아해요"라는 글을 게시해 논란을 더욱 키웠습니다.
당시 '개사과'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당내에서조차 강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2024년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역시 윤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의 연결고리 중 하나입니다.
그 이전 비상계엄은 1979년 10월 27일로, 전날인 10월 26일 박정희 당시 대통령 사망 후 선포됐습니다. 이는 1979년 12·12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신군부에 의해 전국으로 확대됐고, 5.18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어제 윤 전 대통령은 넥타이 없이 흰색 셔츠에 정장 재킷을 입고, 왼쪽 가슴에 수용번호 '3617'이 적힌 명찰을 달고 법정에 나타났습니다.
역사적이고 무거운 순간이었지만, 변호인 측이 시간을 많이 할애하며 재판이 길어지자 윤 전 대통령은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수시로 변호인들에게 귓속말을 하고 실소를 터뜨리는 모습도 관찰됐습니다.
한때 모의재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언급했던 윤 전 대통령이, 이제는 같은 법정에서 구형을 기다리는 상황이 됐습니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30년의 시간을 거쳐 현실로 나타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