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 장교 정천진 소령이 5년간 월급의 절반에 해당하는 총 1억원을 기부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26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 소령은 2020년부터 올해 4월까지 매달 150만원씩 꾸준히 기부하며 육군 위국헌신 전우사랑 기금에 전·현직 군인 중 최고액을 기부한 인물로 기록됐습니다.
현재 경기 양평 2신속대응사단 군종 실장을 맡고 있는 정천진(43) 소령은 신부이자 군인이라는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 소령은 신학교 학생 시절인 2004년 최전방 28사단에서 GOP(일반전초) 경계병으로 제대한 후, 사제 서품을 받고 2014년 군종 장교로 재입대했습니다.
그는 특전사와 육군사관학교를 거쳐 현재는 부대 내 노도 성당에서 주임 신부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정 소령의 기부는 2020년 4월 사랑의열매를 통해 시작됐습니다. 복무 중 순직하거나 다친 장병들과 그 가족을 돕는 육군 위국헌신 전우사랑 기금에 1000만원을 일시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매달 150만원씩 총 9000만원을 추가 기부했습니다.
이로써 총 1억원을 기부한 정 소령은 2020년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월급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150만원을 매달 기부하는 정 소령의 생활은 검소함 그 자체입니다. 정 소령이 거주하는 부대 옆 사제 관사의 옷걸이에는 계절별로 사복 1벌씩만 걸려 있습니다. 나머지 월급은 주일에 성당에 오는 장병들과 주민을 위한 간식과 선물을 사는 데 대부분 사용한다고 합니다.
정 소령의 나눔 정신은 어린 시절 경험에서 비롯됐습니다. 경기 안양 출신인 그는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나 부모님이 운영하던 쌀 가게 옆 10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여섯 식구가 함께 생활했습니다.
아버지가 지인의 빚 보증을 서면서 매달 은행에 빚을 대신 갚아야 했던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가족끼리 외식 한 번 한 기억이 없다는 정 소령은 어머니가 한 달에 한 번씩 볶아준 닭발을 식구끼리 둘러앉아 먹는 것을 '외식'이라고 불렀다고 회상했습니다.
한번은 지인 가족들과 바닷가로 놀러 갔을 때 정 소령 가족만 텐트가 없어 차에서 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정 소령은 "부족하다는 게 불편할 수는 있어도 불행한 것은 아니다"라며 "어머니가 해주시던 닭발은 맛있었고, 바닷가에 가서도 차에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면서 잘 잤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없으면 없는 대로 그럭저럭 살 수 있다는 걸 어린 시절에 배웠다"고 했습니다.
정 소령 역시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다니던 성당의 신부님은 사제관에 장난감을 갖다 놓고 아이들이 와서 놀게 해줬고, 곰돌이와 고릴라 인형 등을 재밌게 들고 놀면 늘 '집에 가져가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학교 준비물인 물감과 스케치북이 없어 걱정할 때는 같은 성당 신도들이 사주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정 소령은 자연스럽게 신부가 돼 주변을 돕고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됐고, 2001년 신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정 소령은 신부가 된 지 10년이 되던 2020년부터 '월급 절반 기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군에서 받은 월급을 국가를 위해 희생한 장병들에게 가장 먼저 돌려주고 싶었다"며 기부 동기를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웃 사랑의 기쁨은 말할 때가 아니라 그것을 작게라도 실천할 때 느낄 수 있다는 걸 저도 배웠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정 소령은 "기부를 하던 지난 5년 내내 행복했다"며 "무엇보다 위국헌신 전우사랑 기금이 국민에게 좀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2018년 발족한 육군 위국헌신 전우사랑 기금은 장병, 기업, 단체 등의 참여로 현재 모금액이 88억원에 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