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6일(금)

"익명 계정으로 모욕하면 범인 못 찾아"... SNS 활용한 신종 학폭

학교폭력이 직접적인 신체 폭력에서 디지털 환경 기반의 지능화된 폭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SNS 등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청소년들의 위법행위가 증가하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적절한 대응 방안을 찾지 못해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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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학교폭력 가해 학생 검거 건수는 1만7891명으로 전년 동기(1만4710명) 대비 21.6% 증가했습니다. 이는 2023년 전체 검거 학생 수(1만5437명)를 3분기 만에 넘어선 수치입니다.


협박·모욕·명예훼손 등 학교폭력 유형은 전년 대비 48.6% 증가해 모든 범죄 유형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유형들은 교묘한 심리적 폭력이나 사이버폭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반면 기존의 학교폭력 유형인 폭행·상해와 금품갈취는 상대적으로 낮은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교육부가 올해 4~5월 초중고생 326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학교폭력 중 집단 따돌림은 2024년 15.5%에서 올해 16.4%로 0.9% 포인트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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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집단폭행 영상 유포, 단체 채팅방 따돌림, 악성 댓글 등을 포함한 사이버폭력 비중도 7.4%에서 7.8%로 증가했습니다. 신체폭력 비중은 지난해 15.5%에서 올해 14.6%로 0.9% 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서울경찰청이 서울 지역 초중고생 6만709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18%가 학교폭력 또는 청소년 범죄가 심각하다고 답했습니다.


신종 학교폭력의 대표적인 유형은 인스타그램 단체 DM(다이렉트 메시지) 방에서의 '은따'(은근한 따돌림)입니다. 따돌림 대상을 제외하고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험담하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해 공유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피해가 발생해도 단체 채팅방이 삭제되면 가해자 특정이 어렵거나 증거 부족으로 처벌이 곤란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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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또래 학생을 폭행하고 조롱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게시해 공유하는 2차 가해 사례도 나타났습니다. 가해자들은 24시간 후 게시물이 자동 삭제되는 기능을 악용하고 있습니다. 제한된 시간 내에 증거를 수집하지 못하면 처벌이 어려워집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장난이나 뒷담화라고 인식하는 행위도 명백한 폭력이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키는 예방 교육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학생과 학교, 수사기관이 협력해 초기 증거 확보 체계를 마련하고, 신종 유형 역시 실제로 처벌로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