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시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양극화가 뚜렷해지며 수도권 주택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는 반면, 비수도권은 하락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시에 전국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비중이 60%를 넘어서며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3일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은 1817조60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의 43.3%에 해당하는 수치로, 2020년 8월 말 43.2%를 뛰어넘은 역대 최고치입니다. 지난해 12월 말 41.0%에서 올해 들어서만 2.3%포인트 상승한 것입니다.
서울 집중 현상은 주택시장 과열로 이어졌습니다. 올해 3분기 서울 주택시장 위험지수는 0.9를 기록해 2010년 1분기 집계 시작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습니다. 이 지수는 지난해 4분기 0.42에서 올해 크게 상승한 것으로, 2021년 1분기 종전 최고점 0.87을 넘어선 수치입니다.
서울의 지역 내 총생산(GRDP) 대비 아파트 시가총액 비율도 올해 2분기 기준 3배에 달했습니다. 이는 서울에서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 가치보다 아파트 시가총액이 3배 더 크다는 의미로, 2015년 산출 시작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반면 5대 광역시 주택가격은 올해 11월 기준 전고점 대비 평균 18.3% 하락했습니다. 한은은 다주택자 규제 강화로 인한 서울 지역 주택매입 수요 증가와 청년층 중심의 인구 유입이 서울 선호 현상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세 비중이 줄고 월세 비중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10월 기준 전국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이 60.2%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한은은 전세사기로 인한 전세 리스크 부각과 전세자금대출 규제 강화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습니다.
또한 월세 비중 확대가 갭투자를 차단해 매매 시장의 변동성을 낮추고 가계부채를 줄이는 데는 긍정적이지만,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높여 재무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월세 비중 확대는 특히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아파트 거주 소득 하위 20% 가구의 경우 전세 거주 시 소득 대비 주거비 비중이 17%이지만, 월세로 전환하면 21.2%로 증가합니다.
가계대출도 서울을 중심으로 늘면서 지난 9월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에서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이 34.2%까지 상승했습니다.
한은은 주택가격과 가계대출이 함께 움직이던 기존 관계가 약해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과거에는 주택가격이 오를수록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했으나, 올해는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도 서울 등 인기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기대심리 지속과 자기 자금 활용 주택매입 등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서울에서 주택을 구입한 30~40대 구매자들의 자기자금 비중이 올해 40%를 넘어서는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한은은 이 같은 변화를 긍정적 신호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서울의 집값 상승이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인근 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가계부채가 급속도로 재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어 서울 중심의 금융 불균형 심화가 향후 국내외 경제 충격 발생 시 금융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주택시장의 과열 양상이 금융 불균형을 가속화하고,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 확산이 경제적 취약계층의 부채 상환 능력을 더욱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국은행은 "수도권 주택시장 과열 문제 해결을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의 일관된 기조 유지가 필요하다"며 "수도권은 실효성 있는 주택공급을 차질없이 추진해 가격 상승 기대를 낮추고 지방은 미분양 해소와 한계 건설사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가계부채의 경우 지난 2021년 하반기 이후 지속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으로, 주요국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은은 가계부채 축소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우선 '금리 민감도'가 높은 청년층이 주된 대출 수요자로 진입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30대 이하 청년층 평균 금융 부채는 2012년 4천억원에서 올해는 1조3천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습니다.
보고서는 "20~40대의 경우 금리가 하락할수록 대출을 많이 늘리는 등 상대적으로 금리 민감도가 높다"며 "금융 여건 완화 국면에서 증시와 부동산 투자를 위한 차입을 적극적으로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연령층 보유 자산이 금융자산보다는 실물자산에 편중되면서 은퇴 이후 '부채 조정'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나타났습니다.
노후 생활자금 마련을 위한 고연령 창업이 증가하면서 은퇴자들의 부채가 확대되고 있는 것입니다. 부채 상환 능력도 제한적입니다. 올해 3분기 기준 가계대출 상환율은 3.9%로 장기평균(4.8%)을 상당히 밑도는 수준입니다.
한국은행은 앞으로도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이어가는 동시에, 수도권 주택시장의 불균형과 비은행 금융부문의 위험 요인을 집중적으로 살필 계획입니다. 또 금융취약성지수가 금융경제 여건의 변화를 잘 반영할 수 있도록 계속 개선해 나갈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