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매니토바주 처칠 지역에서 어미를 잃은 새끼 북극곰을 입양해 키우는 암컷 북극곰의 모습이 포착되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북극곰에게서 나타난 극히 드문 입양 행동이 확인되면서, 기후변화 속에서도 종족 보존을 위한 희망적인 신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현지 시각) CBS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례는 캐나다 매니토바주 처칠의 웨스턴 허드슨만 연안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북극곰의 수도'로 불리는 처칠은 전 세계 북극곰의 약 50%가 서식하는 지역으로, 당시 북극곰들의 단체 이동이 시작되는 시기였습니다.
캐나다 연구팀은 지난 봄 출산용 굴에서 나오는 암컷 북극곰과 새끼 한 마리를 최초로 관찰했습니다.
개체군 연구를 목적으로 연구팀은 해당 새끼 곰의 귀에 식별용 태그를 부착했으며, 이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했습니다.
상황의 변화는 지난달 확인되었습니다. 어미 곰 주변에 새끼가 두 마리 있었는데, 한 마리는 기존에 태그가 부착된 개체였지만 다른 한 마리에는 어떤 표식도 없었습니다.
연구팀은 즉시 데이터 분석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캐나다 환경 및 기후변화부 소속 에반 리처드슨 박사는 "과거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이 어미 곰이 버려진 다른 새끼를 입양했다는 사실을 최종 확인했습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45년간 이 지역 북극곰 집단을 연구해온 전문가들에게도 이번 사건은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리처드슨 박사는 "반세기에 가까운 연구 기간 동안 북극곰의 입양 사례는 단 13건에 불과할 정도로 극히 드문 현상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이 촬영한 영상에는 평화로운 북극곰 가족의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두 새끼 곰이 눈밭을 신나게 헤치며 뛰어다니는 동안 어미 곰은 뒤에서 이들을 지켜보는 장면이 포착되었습니다.
걸음이 느린 새끼가 형제를 따라잡으려 급하게 달려가는 모습은 진짜 한 가족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북극곰의 강력한 모성 본능이 이러한 행동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국제 북극곰 협회(PBI)의 알리사 맥콜 연구원은 "암컷 북극곰은 생물학적으로 새끼를 보살피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습니다"며 "야생에서 혼자 울고 있는 새끼를 발견하면 본능적으로 자신의 품에 받아들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위성 위치 추적(GPS) 데이터에 따르면, 이 북극곰 가족은 해빙 지역으로 이동하여 어미로부터 물개 사냥법과 생존 기술을 익히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사례는 올해 초 파나마에서 보고된 다른 동물 사례와 대조를 이룹니다.
당시 카푸친 원숭이가 다른 종인 하울러 원숭이 새끼들을 데리고 다니는 모습이 관찰되었으나, 이는 젊은 수컷들의 '납치 행동'에 가까워 결국 새끼들이 죽음에 이르는 비극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북극곰의 입양은 명확한 보호와 양육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현재 전 세계 북극곰 개체 수는 약 2만6000마리로 추정되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해빙 감소를 주된 요인으로 북극곰을 '취약종'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리처드슨 박사는 "어미 곰이 낯선 새끼에게 생존의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이는 북극곰 보존에 있어 작지만 희망적인 신호입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