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전염병' 걸린 일개미 번데기, 집단 살리려 놀라운 행동 보였다

전염병에 감염된 개미 번데기가 화학 신호를 통해 동료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리고, 결국 집단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지난 3일 오스트리아 국립 과학기술연구원(ISTA), 프랑스 소르본대, 독일 뷔르츠부르크대와 뮌헨 공과대 공동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개미 사회의 놀라운 집단 면역 체계를 밝혀냈습니다.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되었습니다.


ISTA


개미는 꿀벌과 함께 대표적인 친사회적 동물로 여겨집니다. 여왕개미, 일개미, 병정개미로 구성된 개미 사회에서 각 개체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정해진 역할을 수행합니다. 특히 일개미는 생식 능력을 포기하고 평생 여왕개미와 그 후손에게 봉사하는데, 이는 혈연도태 이론과 '초유기체론'으로 설명됩니다.


연구팀은 정원 개미 성체와 번데기에 병원성 곰팡이인 메타리지움 곰팡이를 의도적으로 감염시킨 후 개미들의 반응을 세밀하게 관찰했습니다. 감염된 번데기는 특별한 화학 신호를 방출하여 자신의 상태를 알렸습니다


이 신호를 감지한 일개미들은 즉시 번데기를 고치에서 꺼내 표면에 작은 구멍을 뚫고 항균성 독소인 포름산을 주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포름산은 번데기 내부의 병원성 곰팡이를 사멸시키지만 동시에 번데기도 죽게 만듭니다.


일반적으로 집단 생활을 하는 사회성 동물들이 질병을 숨기려 하는 것과 달리, 개미는 정반대의 행동을 보였습니다.


ISTA


성체 일개미의 경우 병에 걸리면 집단을 떠나지만, 움직일 수 없는 번데기는 화학 신호를 통해 자신의 감염 상태를 알리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연구팀이 감염된 번데기의 냄새를 분석한 결과, 평소 방출하는 냄새 중 두 가지 성분이 증폭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변형된 냄새 분자를 건강한 번데기에 발랐고, 그 결과 해당 번데기들도 일개미들의 소독 공격을 받았습니다.


흥미롭게도 여왕개미 번데기는 일개미 번데기보다 면역력이 강해 스스로 감염을 억제할 수 있어, 병원균에 감염되더라도 냄새 신호가 변하지 않았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연구를 주도한 실비아 크레머 ISTA 교수(사회 면역학)는 "이번 연구 결과는 언뜻 자기희생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신호를 보내는 개체에도 이익이 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크레머 교수는 "많은 유전자를 공유하는 동료 개체를 감염으로부터 보호함으로써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크레머 교수는 또한 "개별 동물의 신체 면역 체계 작동 방식과 유사한 이 행동은 개미 군집 내 개체들이 집단 전체의 안전을 위해 초유기체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보여줍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