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국들이 의약품 개발과 안전성 검증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AI와 첨단 기술로 대체하는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스위스 등이 앞장서 동물실험 대체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바이오 의약품 개발 패러다임의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지난 3일 한국바이오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일(현지 시간) 원숭이 등 동물을 활용한 의약품 임상시험 축소 지침서 초안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번 지침의 핵심은 단클론항체 개발 과정에서 실시하는 비임상 동물실험을 완전히 폐지한다는 것입니다.
단클론항체는 인체 내 특정 표적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치료제로, 기존 개발 과정에서는 약 100마리의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비임상 시험이 필수였습니다.
하지만 동물실험을 통과한 치료제가 실제 인체에서는 안전성이나 효과 면에서 문제를 보여 FDA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FDA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I 기반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을 도입해 단클론항체 치료제의 인체 작용 메커니즘을 예측하는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FDA는 이 같은 접근법이 불필요한 동물실험을 줄이는 동시에 신약 개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의약품 가격 인하와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올해 연말까지 원숭이를 사용하는 모든 연구 프로젝트를 단계적으로 종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지난달 21일 "CDC의 샘 베이다가 CDC 소속 과학자들에게 올해 연말까지 원숭이 관련 모든 연구의 단계적 종료를 지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샘 베이다는 일론 머스크의 정부 효율부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인물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추진하는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기' 정책의 일환으로 동물 연구 축소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DC는 향후 실험에 사용되던 원숭이들을 인디애나주 소재 영장류 보호소로 이송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유럽 국가들에서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의약품 안전성 시험에서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동물 실험의 신속한 중단' 로드맵을 공개했습니다.
영국의 로드맵에는 2030년까지 개와 영장류 대상 약동학 시험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오가노이드 칩 시스템, AI 기반 예측 기술, 3D 인체조직 모델 등 혁신적인 대체 기법으로 전환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위스 정부는 'Replacement(대체), Reduction(축소), Refinement(개선)'을 핵심으로 하는 '3Rs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정책 하에서 인체세포 기반 실험체계와 이화학 기반 고도 분석 기술 연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며, 기초 생명과학 연구 전반에서 대체시험 기술의 실용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규제혁신과 바이오헬스 산업 고도화를 핵심 국정과제로 설정한 가운데, 국회에서 동물대체시험법 관련 법안이 상정된 상황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KoCVAM)를 중심으로 오가노이드와 인체 조직 모델 등 비동물실험 기술 개발을 본격 추진하고 있습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관계자는 "영국, 미국, 스위스 등 주요 국가와 규제기관이 새로운 접근방법을 적극 도입하면서, 동물실험에 의존해온 기존의 독성평가와 약물개발 방식이 새로운 방법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각국 정부와 규제기관이 인체 기반 기술의 제도권 편입을 정책적으로 강제하며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