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물가가 11월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하며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면서, 서민 경제와 중소기업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달 대비 2.4%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9월 2.1%, 10월 2.4%에 이어 3개월 연속 2% 대를 기록한 것입니다.
11월 물가 상승은 환율 상승의 영향이 컸습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환율에 민감한 석유류 가격이 5.9% 급등했습니다. 휘발유는 5.3%, 경유는 10.4% 각각 상승했습니다.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원화 약세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한 결과입니다. 석유류 상승률은 지난 2월 6.3% 이후 9개월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습니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11월 국제유가가 전년 대비 11.2% 하락했지만, 환율은 4.6% 상승했다"며 "여기에 11월 들어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농축수산물 가격도 5.6% 뛰어 전체 물가를 0.42%포인트 끌어올렸습니다. 이는 지난해 6월 6.5% 상승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입니다.
키위 12%, 망고 8.8% 등 수입 과일의 가격 상승 폭이 전월보다 확대됐으며, 수입 소고기 가격도 10월 5.3%에서 11월 6.8%로 상승 폭이 커졌습니다.
수산물 물가 상승세도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11월 수산물 가격은 전년 대비 5.9% 올라 11월 기준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수입 비중이 높은 갈치 11.2%, 고등어 13.2%, 조기 18.2% 등의 상승률이 전월보다 확대됐습니다.
고등어는 국내에서 중대형 크기의 어획량이 줄어든데다 원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몇 개월간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양수산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고등어의 수입 의존도는 46.3%에 달합니다.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2.9% 상승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7월 3.0%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식품 물가가 3.7% 오른 것이 주요 원인입니다. 쌀 가격은 전년 대비 18.6% 상승했으나, 햅쌀 출하량 증가로 10월 21.3%보다는 상승 폭이 둔화됐습니다.
겨울철 대표 과일인 귤은 품질 향상과 수요 증가로 26.5%나 급등했습니다.
원화값 하락은 수입물가를 즉각 상승시키며, 이는 통상 3~6개월 후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칩니다. 환율 상승이 지속되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 위축과 기업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최근 환율 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10월 수입물가는 달러 기준으로 전년 대비 4% 하락했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오히려 0.5% 상승했습니다. 9월에도 달러 기준 수입물가는 3.5% 떨어졌으나 원화 기준으로는 0.7% 올랐습니다.
앞서 한국은행은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이후 높은 환율 변동성이 지속되면서 외환시장의 민감도가 높아짐에 따라 환율 경로를 통한 물가상승 압력은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달러당 원화값이 낮을 땐 수입기업이 판매 가격을 빠르게 올리는 반면, 반대일 땐 더디게 가격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임혜영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고환율에 수입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이걸 중간재로 쓰는 내구재 등의 가격도 시차를 두고 오를 수 있다"며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물가 안정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