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소라 삶아 먹고 호흡곤란으로 응급실행"... 도대체 무슨 일이?

78세 여성이 시장에서 구입한 소라를 삶아 먹은 후 호흡부전으로 생명이 위험한 상황까지 이른 사례가 의학계에 보고됐습니다.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응급의학과와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가 대한임상독성학회지에 게재한 증례보고서에 따르면, 78세 여성은 내원 2시간 전 손자 2명과 함께 시장에서 구입한 소라를 삶아 먹은 후 오심과 구토,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며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해당 환자는 고혈압과 위암으로 부분 위절제술 과거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환자는 병원 도착 후 의식 저하와 호흡부전이 발생해 기관 삽관 및 기계 환기 치료를 받았으며, 12시간 후 회복되어 3일간 경과관찰을 거쳐 합병증 없이 퇴원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함께 소라를 섭취한 손자 2명은 경미한 소화기 증상만 보여 2시간 만에 퇴원했습니다.


2일 의료계와 식품학계에 따르면 소라, 고둥 등 나사 모양 껍질을 가진 패류가 테트라민 중독을 일으킬 수 있어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증상은 섭취 후 30분 이내에 발생하며 독성의 반감기는 보통 24시간 이내로 자연적으로 증상이 호전된다"면서 "대부분의 테트라민 중독 증상이 경미하고 예후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취급되어 쉽게 간과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최근까지 발표된 국내 중독 사례에서도 대부분 가벼운 증상으로 생명을 위협할 만한 경과를 보였다는 보고는 없었다"며 "소라 섭취 후 오심과 구토로 응급실에 내원해 호흡부전이 발생한 환자를 경험해 보고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테트라민 최소 중독량은 10㎎ 이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사례에서 환자는 10개 정도의 소라를 3명이서 비슷하게 나눠 섭취했으며, 의료진은 정확한 섭취량을 알 수는 없지만 이전 논문을 참고했을 때 최소 30~50㎎ 정도의 테트라민 섭취가 이뤄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비슷한 양을 섭취한 손자 2명은 오심, 구토, 약간의 어지러움과 같은 가벼운 증상이 나타난 후 빠른 시간 안에 호전됐지만, 70대 여성은 호흡부전으로 진행됐습니다.


의료진은 "비슷한 양을 섭취했더라도 기존에 심폐 질환 과거력이 있거나 젊은 사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심폐기능이 떨어진 고령에서는 호흡근 마비에 대한 적절한 보상 기전이 작동하지 않아 더 쉽게 호흡부전이 발생했으리라 추정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복어 독으로 알려진 테트로도톡신과 같이 테트라민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사와 관계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의료진은 "일반적으로 전문가가 아니면 육안으로 독성과 비독성의 차이를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판매점에서는 소라나 고둥이라는 일반 통칭 명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흔하다"며 "사회적으로 권패류의 독성에 대해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고 의료진들 조차 위험성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겨져 온 게 현실이다"고 지적했습니다.


권패류는 나사처럼 감긴 껍데기(패각) 안에 연체동물이 들어 있는 것을 말합니다.


의료진은 "소라 섭취에 의한 테트라민의 독성은 일반적으로 경미하고 예후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도 "신경근 접합부 차단에 의한 호흡근 마비는 급성호흡부전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