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난각 번호' 끝자리로 '좋은 계란' 고르는 방법

연예인 브랜드 계란 가격 논란을 계기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계란 품질 기준과 사육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해당 제품은 난각 번호 끝자리가 '4'로 표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사 사육을 의미하는 '1' 등급 계란과 유사한 가격대로 판매되면서 소비자들의 의문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달걀 소비량은 평균 278개에 달해, 달걀 품질과 가격 문제는 소비자들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계란의 품질을 판단하는 기준은 어떤 요소를 중시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국내 유통 계란 껍데기에는 산란일자 4자리, 농장고유번호 5자리, 사육환경 1자리로 구성된 총 10자리 난각번호가 표기됩니다.


사육환경을 중시한다면 난각번호 끝자리 숫자가 낮은 계란을 선택해야 합니다. 자유 방사는 1번, 축사 내 방사는 2번, 개선된 케이지는 3번, 기존 케이지는 4번으로 분류되며, 숫자가 높을수록 닭의 사육환경이 열악합니다.


기존 케이지(4번)에서는 닭 한 마리당 최소 0.05㎡의 공간만 제공되어 A4 용지 한 장에도 못 미치는 좁은 환경에서 사육됩니다.


개선된 케이지(3번)는 0.075㎡로 다소 넓어지며, 1번과 2번은 동물복지 인증 계란에 해당합니다.


대한양계협회 김동진 전무는 "난각번호 끝자리는 사육방식에 따른 분류이기에 난각번호에 따라 달걀의 영양성분에 차이가 나는 건 아니다"라며 "닭이 좀 더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하는 농장은 농장주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난각번호 1번과 2번 가격이 비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계란 난각번호와 품질 등급 / 축산물품질평가원


사육환경이 계란의 영양성분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지만, 닭의 건강 상태에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월 동물자유연대가 개최한 '산란계 동물복지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서 공개된 전남대 동물자원학부 윤진현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육환경 3번에서 사는 닭이 낳은 계란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 농도가 사육환경 2번 닭의 계란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축산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사육 면적을 확대했으며, 난각번호 4번 사육환경에서 생산된 계란은 2027년 9월부터 사라지게 됩니다.


논란이 된 브랜드는 고가 판매 근거로 계란의 신선도를 내세웠습니다. 호우단위(HU)는 계란의 중량과 농후단백을 측정해 신선도를 수치화한 지표로, 72 이상이면 1등급, 60 이상 72 미만이면 2등급, 40 이상 60 미만이면 3등급을 받습니다. 하지만 가금업계에서는 시중 판매 계란 중 특정 제품의 신선도가 특별히 우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대부분 업체가 유통과정에서 저장 온도를 10도로 유지하는 등 신선도 관리를 하고 있으며, 신선한 계란이라도 저장 기간이 길어지거나 보관 환경이 부적절하면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품질이 떨어지는 계란 / 축산물품질평가원


가금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업체가 계란 유통 과정에서 저장 온도를 10도로 유지하는 등 신선도를 관리하고 있다"며 "신선한 계란을 먹으려면 소비자가 구매한 계란을 빨리 소비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습니다.


닭에서 갓 나온 계란의 신선도가 가장 높기 때문에 산란일자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산란일자는 난각번호 첫 4자리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계란은 냉장 보관 시 산란일자 기준 한 달 이내에 소비하도록 권고됩니다.


김동진 전무는 "계란이 닭에서 처음 나왔을 때가 HU가 가장 높다"며 "보관온도나 유통과정에 따라서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신선도를 가격 경쟁력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신선도가 떨어지는데 계란 노른자의 동그랗게 솟은 부분이 낮다면 신선도가 낮은 계란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계란을 그릇에 담았을 때 노른자가 흐르듯 퍼지거나, 노른자 색깔이 일반 달걀에 비해 더 짙은 노란색을 보인다면 보관한 지 오래되어 신선도가 크게 떨어진 계란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계란의 크기나 기능성 계란, 유정란과 무정란 등은 영양 면에서 특별한 차이보다는 종류의 차이로 볼 수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소란은 44g 미만, 중란은 44~52g 미만, 대란은 52~60g 미만, 특란은 60~68g 미만, 왕란은 68g 이상으로 구분됩니다.


큰 계란을 소비할수록 더 많은 양의 영양성분을 섭취할 수 있지만, 계란의 크기가 크다고 영양성분 구성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유정란과 무정란 역시 영양 성분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기능성 계란은 계란이 갖는 기능성 물질 중 소량으로 존재하거나 없는 물질을 사료 등 인위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달걀 내부에 축적한 제품입니다.


과학원은 "영양성분이 일부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기능성 물질을 제외한 대부분의 성분 구성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김동진 전무도 "닭에게 비싼 원료를 줄 경우 계란에도 영양성분이 들어갈 수 있다"며 "다만 미묘한 차이를 만들뿐 영양성분에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