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한국 러닝씬 통째로 흔들고 있는 '낭만러너'... 그의 훈련은 공사 현장으로 출근하며 시작됐다

한국 마스터즈 마라톤 씬에 어느 날 한 인물이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전문 선수도, 육상 엘리트 출신도 아닌데 각종 대회를 휩쓸며 단숨에 주목받기 시작한 러너. 


사람들이 '낭만러너'라 부르는 심진석 씨 입니다


아마추어 마라톤 선수인 심 씨의 본업은 다름 아닌 비계공입니다. 가장 거칠고 위험한 건설현장에서 하루를 보내지만, 그는 그 속에서 러너로서의 삶을 견고하게 쌓아 올리고 있습니다.


전문 훈련을 받은 적도 없이 성인이 되어 마라톤에 입문해, 최근에는 지역 마라톤 대회에서 20회 연속 우승이라는 기록까지 써 내려가며 러닝계의 새로운 얼굴로 떠올랐습니다.


Instagram 'simjinseok0726'


최근 그의 일상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공개된 영상 속 심 씨는 새벽 어둠을 가르며 조용히 집을 나섭니다.


그의 차림은 여느 러너와는 다릅니다. 기능성 러닝화 대신 작업복과 안전화, 러닝 워치 대신 전자시계 하나. 그는 이 상태로 출근길 약 8km를 그대로 뛰어갑니다.


눈이 오면 속도를 줄여 달리고, 비가 오면 우비를 걸치고 뜁니다. 그는 "안전화 신고 달리면 마치 타이어를 끄는 육상 훈련 같다"며 "지금까지 발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웃어 보입니다.


심 씨는 집에서 약 4.5km를 달린 뒤 지하철로 탑승합니다. 그리고 몇 정거장을 지나 내린 뒤 회사까지 남은 3.5km를 다시 달립니다.


출근과 퇴근, 그의 하루 루틴 전체가 '훈련'이라는 하나의 서사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오르막길에서는 속도를 높여 자극을 주고, 일부러 높은 언덕을 찾아 올라갔다 내려오며 강도 있는 러닝을 만듭니다.


YouTube '낭만러너 심진석'


이렇게 그가 한 달 동안 달리는 거리는 600~700km에 달합니다.


러닝과의 첫 만남은 고등학생 시절이었습니다. 호기심에 출전한 마라톤 대회에서 우연히 입상한 그는 "달리기가 적성에 맞는다"고 느끼며 러닝을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이후 전국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며 차근차근 입지를 다졌고, 결국 일반 아마추어 러너들이 감히 따라가기 어려운 페이스로 대회들을 제패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러너들이 심박수·케이던스·페이스를 실시간 체크하기 위해 스포츠 워치를 착용하지만, 심 씨는 그런 장비 하나 없이 몸의 감각만으로 달립니다.


그럼에도 지난 2025년 공주백제마라톤 풀코스에서 2시간 35분대 기록으로 우승하며 실력을 증명했습니다.


YouTube '낭만러너 심진석'


이 모든 과정을 들여다보면 '낭만러너'라는 이름이 단순한 별명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심 씨의 러닝에는 대단한 기술보다 생활의 리듬, 성실함,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이 더 깊게 녹아 있습니다.


러닝이 그의 직업을 바꾼 것이 아니라, 그의 삶 자체가 러닝을 통해 더 단단해진 것입니다.


전문 훈련을 받지 않은 비선출임에도 놀라운 성적을 내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그는 누구보다 꾸준하고, 누구보다 성실하며, 누구보다 '자기 방식의 러닝'을 믿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심진석 씨는 새벽 어둠을 깨우며 달립니다. 화려한 장비도, 특별한 연출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꾸밈없는 러닝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줍니다.


한국 마스터즈 러닝 씬을 뒤흔드는 새로운 주인공, 그가 바로 '낭만러너' 심진석입니다.


YouTube '낭만러너 심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