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말 코스피가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하며 '투자 전성시대'가 열렸지만, 정작 투자할 여력이 없는 2030 청년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30대 초반 프리랜서 A씨는 "한 달 수입에서 월세, 생활비 빼면 여윳돈은 거의 마이너스 수준"이라며 "투자할 돈도 없는데 '불장'이라며 너도나도 주식 얘기만 하니 상대적 박탈감만 더 커진다"고 말했습니다.
사회 초년생인 20대 후반 직장인 B씨도 "졸업하고 취업준비에 돈 모을 여력조차 없었는데 또래 친구들이 몇백은 기본, 몇천만 원씩 벌었다는 얘기를 계속 듣다 보니 조바심만 커지고 근로의욕마저 떨어진다"고 토로했습니다.
주식 투자 광풍 속에서 투자 자금이 없는 청년들은 근로소득만으로는 점차 어려워지는 현실과 사회 구조를 비판하는 한편,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다가 "너무 늦었다"는 한탄과 자책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직장 생활을 하는 30대 후반 C씨는 '주거 불안'을 투자 진입 장벽으로 꼽으며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그는 "전세 보증금으로 모아둔 돈에 대출금까지 다 들어가 있으니 애초에 가용할 수 있는 자금도 없고, 앞으로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떻게 투자를 하겠냐"며 "결국 부동산만 그런 게 아니라 주식도 있는 사람만 계속 돈을 버는 구조가 되어가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실제로 경제 전문가들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 이하인데 주가는 오르고 있다"고 지적하며 "주식을 이미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더 큰 돈을 벌고, 취업도 힘든 젊은 청년들은 진입조차 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입을 모읍니다.
또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경제력이 없는 청년들이 '빚투'나 '영끌 투자' 같은 위험한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4일 CBS 라디오에서 청년층 '빚투'에 대해 "그동안 너무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조용술 대변인은 "정부가 부동산 투자는 죄악시하더니, 주식 빚투는 미덕처럼 포장하고 있다"며 "주식시장은 어떤 자산보다 외부 변수에 취약해 유동성 위기나 글로벌 경기 침체가 닥칠 경우, 빚으로 투자한 청년과 서민은 한순간에 삶의 기반을 잃을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통해 투자 수요를 막는 대신에 '코스피 5천' 시대를 강조하며 주가부양 정책에 힘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익과 직결되는 만큼 주식 활성화 정책에 힘을 쏟아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 주식 투자 열풍이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특히 청년 세대의 상대적 박탈감 심화와 근로의욕을 상실시키고 있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여야 합니다.
'부동산 대신 주식에 투자하라'는 말 대신에 청년층 대상 소액투자 지원 프로그램이나 금융교육 확대를 통해 건전한 투자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전세 보증금 부담 완화 등 청년 주거 안정 정책을 통해 실제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무엇보다 '빚투'를 레버리지로 포장하기보다는 위험성을 명확히 알리고, 오히려 과도한 차입투자를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합니다. 또 조세 원칙에 따라 금융 투자에 대해서도 과세 정책을 시행하는 등 균형 잡힌 정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