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국민연금이 사면 주가 오른다는데... 연기금 30조 매수설, 대체 왜?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 상향을 검토하면서 증시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코스피지수 급등으로 올해 말 목표 비중(14.9%)을 이미 초과한 상황에서, 추가 매수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술적 자산배분(TAA)' 카드가 꺼내진 것입니다. 시장에선 이를 두고 "연기금의 매수 신호가 코스피 상단을 다시 열 수 있다"는 전망과 "거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한국경제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최근 국내 주식 보유 한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TAA 제도 활용을 검토 중입니다. TAA는 기존 전략적 자산배분(SAA) 목표치를 기준으로 ±2%포인트까지 기금운용본부 재량으로 비중을 조정할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


사진=인사이트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14.9%입니다. 그러나 코스피 강세로 실제 비중은 17%를 넘어섰습니다. 기존 ±3%포인트의 조정폭을 모두 사용하면 상단은 17.9% 수준인데, TAA를 적용할 경우 19.9%까지 확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약 30조원 규모의 추가 매수 여력에 해당합니다. 국민연금의 총운용자산이 1450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비중 조정만으로도 시장 유동성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국내 주식시장 하루 거래대금이 31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30조원은 단기 수급 밸런스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규모입니다. 


TAA는 원래 시장 급락기에 활용돼온 '완충 장치'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나 금리 급등기처럼 급락장이 발생했을 때, 국민연금은 이 제도를 통해 한시적으로 국내 주식 비중을 늘려 매수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릅니다. 


코스피가 이미 연고점을 향해 가는 상승 국면에서, TAA를 활용해 추가 매수를 검토하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시장 과열을 완화하기 위한 '완충 장치'라는 본래 취지를 벗어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 내부에서는 실무적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연말 목표 비중을 이미 초과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비중 조정의 폭이 지나치게 좁아진다는 지적입니다. 매도 물량을 섣불리 시장에 내놓게 되는 형국을 만들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기금운용본부 측은 단기 시장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해당 사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시장은 이번 논의를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비중 상향을 검토한다는 사실 자체가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4500선 돌파 시점까지 국민연금의 매수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실제 2021년 초 코스피가 급등했을 당시 국민연금은 비중 상단을 초과하지 않기 위해 약 7조원을 매도했습니다. 이번엔 반대로 매수 여력이 생기면 시장에 '정책적 매도'가 아닌 '전략적 매수'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는 개인투자자의 순매수세에도 심리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연기금 매수가 지수 상승을 장기적으로 견인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연기금이 단기 수급에는 영향을 주겠지만, 장기적 주가 방향은 결국 기업 실적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비중 조정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국민연금이 시장 안정 장치로서의 기능을 유지할 것인지, 단기 수급 변수로 변질될 것인지의 갈림길이기 때문입니다. 기금운용본부가 TAA를 실제로 가동할 경우, 이는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세를 지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승기 매수는 기금의 중장기 수익률을 떨어뜨릴 위험도 있습니다. TAA의 본래 목적이 '급락 완화'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운용 철학의 방향성이 시장의 신뢰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단기적 시장 대응보다는 중장기 리밸런싱 원칙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운용 판단이 정책 신호로 오해받지 않도록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국민연금이 다시 시장의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TAA는 자산 배분의 '기술적 조정'일 뿐이지만, 그 움직임 하나가 곧 시장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이번 검토가 '매수의 신호'로 남을지, '운용의 시험'으로 남을지는 기금이 스스로의 원칙을 얼마나 지켜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