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의 불편한 진실
서울 수도권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서 '러브버그'로 알려진 붉은등우단털파리가 대량 출몰하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이 곤충이 천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퍼지면서 효과적인 대응 방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러브버그는 짝짓기 중인 모습이 자주 목격되어 '러브버그(사랑 벌레)'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그 이면에는 생태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생존 전략이 숨어있다.
러브버그는 학명 'Plecia nearctica'로, 한국에서는 붉은등우단털파리로 불린다.
이 곤충은 주로 5월에서 6월 사이에 대량 발생하며, 짝짓기를 위해 암수가 연결된 상태로 비행하는 특이한 습성을 보인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러브버그의 천적에 대해 알아보자!'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를 모으며 이 곤충의 생태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러브버그의 생존 비결
전문가들에 따르면 러브버그 성충은 특별한 천적이 거의 없는 희귀한 곤충이다.
일반적으로 곤충을 주식으로 하는 새, 개구리, 두꺼비와 같은 포식자들도 러브버그를 잘(?) 먹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은 러브버그의 몸에 있는 산성 체액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플로리다대 국제환경대학원 사라소타 카운티 캠퍼스의 연구원 캐럴 와이엇 이븐스는 2020년 발표한 기고문에서 "러브버그는 산성 맛 때문에 포식자들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산성 체액은 포식자들에게 불쾌한 맛을 제공하여 자연적인 방어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해외 비영리 환경단체인 환경 리터러시 협의회도 "러브버그는 신맛이 강하고 껍질이 단단해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들이 먹기를 꺼린다"고 분석했다.
반면, 최근 정부는 모니터링을 통해 까치, 비둘기, 참새, 거미 등이 러브버그를 포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다만, 먹이로 인식하기까지의 시간과 대량 발생으로 인해 천적으로 개체수를 조절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생태계 내 역할과 관리의 어려움
러브버그는 비록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만, 생태계 내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들은 식물 부산물을 분해하는 과정에 참여하며, 유충 시기에는 토양 내 유기물을 분해하여 토양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이유로 러브버그는 '익충(益蟲)'으로 분류되어 있다.
생태계 내 유익한 역할 때문에 러브버그에 대한 살충제 사용은 제한적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러브버그는 생태계 내에서 분해자 역할을 하는 중요한 곤충으로,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은 생태계 균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대규모 방역 작업이 어려워 결국 러브버그가 대량 출몰하는 시기를 "참고 견디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 방안이 되어 왔다.
최근에는 인천 계양산과 서울 은평구 등 러브버그 대량 발생으로 주민들의 민원이 폭증해 지자체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도 러브버그의 대량 발생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러브버그는 장마가 시작될 무렵 나타나 약 2주 정도 지나면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이달 중순께 현재의 불편함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적 대응 방안
러브버그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개인적인 대응 방안도 있다.
야외 활동 시 밝은 색상의 옷을 피하고, 향이 강한 화장품이나 향수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러브버그는 밝은 색과 강한 향에 끌리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야외 활동 후에는 옷을 잘 털고 샤워를 하는 것이 좋다. 또 러브버그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창문에 방충망을 설치하고, 문을 열고 닫을 때 신속하게 하는 등의 방법도 있다.
날개가 약해 물을 싫어하는 특성이 있으므로 유리창 등에 붙어 있다면 물을 뿌려 쉽게 제거할 수 있다.
러브버그는 사람을 물거나 독을 가진 곤충은 아니나, 차량 운전 시 러브버그가 대량으로 충돌할 경우 시야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와이퍼액을 충분히 채우고, 필요시 자주 세차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