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신간] '고양이가 재능을 숨김', '나만 없어, 인간'

사진 제공 = 이야기장수


길고양이들의 순간을 기록하는 이용한 작가, 그가 찍은 묘생 최고의 순간들을 기록한 시리즈가 출간됐다.


이용한 작가는 한국의 장독대 위에 길고양이들이 쪼르르 앉아 햇볕을 쬐며 졸고 있는 사진이 해외의 애묘인과 네티즌들에까지 일파만파 퍼지며 '저 아름다운 캣타워는 대체 무엇이냐'는 찬사와 문의가 쇄도한 작가이다. 


절묘한 고양이 사진에 위트 있는 해설을 곁들여 눈길을 끈 그는 파밭에 고양이가 숨어 있는 풍경 사진에 '파묘'라는 이름을 붙여 엄청난 밈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고양이들이 사계절 자연 속을 누비는 꽃고양이, 눈고양이, 나무 타는 고양이 등 희귀한 사진들로 명성을 얻었다.


이용한 작가가 포착한 '최고의 묘생'이 담긴 이번 책에는 바람에 나부끼는 아깽이의 솜털, 인간들에게 재능을 숨기고 조용히 살아가려는 듯 고개 숙인 길고양이들의 접힌 턱살과 이마, 꽃과 나무에 꾹꾹이를 하는 솜방망이 앞발, 나무를 타고 눈밭을 뛰노는 고양이들 등 이용한 작가가 국내외 사진전시회와 온라인상에서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던 사진과 미공개 사진들이 다수 수록되었다. 


한국의 길고양이들은 물론 일본 고양이섬에서 지붕 사이를 새처럼 날아다니는 하늘배달부 고양이들, 관광객들에 둘러싸인 튀르키예의 고양이들, 이스탄불 터키의 푸른 벽 아래 그림처럼 앉아 있는 고양이 등 세계 각지 골목의 고양이들도 만나볼 수 있다.


이용한 작가는 '고양이의 순간들' 시리즈 두 권의 책을 모두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부를 나누어 고양이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길고양이들 중에는 미처 이 계절을 다 누리지도 못하고 일찌감치 고양이별로 떠나고 마는 생명들이 허다하지만, 이용한 작가는 기도하듯 기록했다.


국내외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길고양이들의 순간과 역사를 기록한 이 책을 읽다보면, 무엇보다 고양이의 가장 크고 강력한 재능은 인간을 위로하고 웃음을 절로 선사하는 능력임을 알게 된다.


웃을 일 없는 이 재미없는 세상에서 고양이 때문에 웃고 산다는 이용한 작가. 그가 목격하고 포착한 '묘생 최고의 순간들'이 이렇게 책으로 묶여 다시 고양이가 사람을 울고 웃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