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2일(월)

"춘향아, 수청을 들라"에서 '수청 들라'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요즘 10대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영화 '방자전'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이히 내 사랑이로다" (춘향가 중 사랑가)


학창 시절 국어책에서 한 번쯤 봤을 '춘향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전이자 판소리다. 


최근 이 '춘향가'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바로 "수청을 들라"는 표현 때문이다. 8년 전에 올라왔던 이 게시물은 누리꾼들을 통해 다시 조명되는 중이다. 


이몽룡이 떠난 뒤 남겨진 춘향은 정절을 지키기 위해 애쓰지만 새로운 관리로 부임한 변학도는 기생의 딸이었던 춘향에게 '수청을 들라'고 요구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그런데 수청이 뭐야?" 


누리꾼들은 이 부분에서 '수청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몇몇 누리꾼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수정과 같이 한잔하자는 뜻 아님?", "청소해달라는 뜻으로 들은 적 있어"라고 했다. 


"고개를 들라", "사약을 들라"라는 뜻으로 이해했다는 누리꾼들도 적지 않았다. 


일단 수청(守廳)은 지킬 수자와 관청 청자를 써서 높은 벼슬아치 아래에서 시키는 대로 수종하는 일을 의미한다. 여기서 파생이 돼 아녀자나 기생이 높은 벼슬아치한테 몸을 바쳐 시중을 들던 일을 말하기도 한다. 


네이버 표준국어대사전


'춘향가'에 등장하는 수청은 후자의 의미로 쓰였다. 


물론 국어사전을 찾아보지 않아도 춘향가에서 '수청'이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는 춘향가를 읽어본 이들이라면 알 수 있다. 


변학도가 춘향에게 수청을 들라고 요구하기 전 춘향과 이몽룡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정을 주고받은 사이였기 때문이다. 


친절하게도 변학도는 주색에 빠져 사는 탐관오리로 묘사된다.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변학도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춘향을 범하려 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영화 '방자전'


일각에서는 '수청'의 뜻을 몰랐다는 누리꾼들을 향해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해력이란 말 그 그대로 문자를 해석하는 일, 말하기·듣기·쓰기·읽기 등의 능력을 말한다. 


지난해 4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초·중·고교 교사 1152명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접하는 학생들의 문해력 수준을 조사한 결과 '70점대(C등급)'이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많았다. 


이어 35.1%로 60점대(D등급)이 뒤를 이었다. 문해력 수준이 낮은 이유로는 '유튜브와 같은 영상 매체에 익숙해서'(73%), '독서를 소홀히 해서'(54.3%)를 꼽았다. 


이에 디지털 환경으로 변화하면서 문해력이 낮아지는 현상을 위해 기초문해교육에 더욱 투자하고 학습자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