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수업 중이던 여고생 김선영 양에게 엄마의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가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지금 빨리 나와"
딸은 엄마의 요청을 거절했지만 엄마는 "너 엄마 말 안 들을래? 그러니까 공부는 친구 집에 가서 하고 다른 애들도 학원 다니잖아. 그러니까 담임 선생님한테 말하고 빨리 나와. 엄마가 중요한 일이니까"라며 보챘다.
딸은 "나는 친구가 없다고, 친구도 없는데..."라고 했으나 통화를 듣고 있던 담임 선생님은 선영 양을 조퇴시켜줬고, 학교 앞에서 기다리던 남성 2명에 의해 실종됐다.
"딸을 불러내. 딸 인질로 잡고 있다가 돈을 받게 되면 딸과 함께 살려줄게"
그날 오전, 엄마는 이미 20대 남성들에게 납치된 상황이었다. 납치범들은 딸을 인질로 삼은 뒤 돈을 받으면 풀어준다고 했고 선영 양의 엄마는 속았다.
2명의 남성이 엄마를 데리고 있는 사이, 다른 2명이 선영 양을 납치했다.
엄마를 데리고 있던 납치범들은 은행에서 현금 1억 원을 찾은 뒤 선영 양의 집에서 9km 떨어진 곳에서 선영 양을 납치한 남성들과 만났다.
납치범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그제야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선영 양의 엄마는 딸을 향해 "엄마가 미안해"라며 눈물을 흘렸다.
모녀의 모습에 납치범들은 "시끄럽다. 남편 보고싶지? 남편에게 보내줄게"라며 선영 양의 엄마를 집단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
선영 양은 이들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결국 성폭행당하고 살해됐다. 납치범들은 모녀의 시신을 갈대숲에 유기하고 달아났다.
모녀는 그렇게 13년 전 오늘(17일) 목숨을 잃었다.
선영 양은 학교에서 공부를 잘했던 학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됐던 그날도 학교에서 수행평가를 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학 국문과에 진학해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었던 16살 소녀의 꿈은 돈에 눈이 먼 20대 청년들의 탐욕으로 짓밟히고 말핬다.
한편 모녀의 시신은 실종 신고 14일 만에 발견됐다. 경찰은 CCTV 등을 분석해 4명의 납치범을 검거했는데 조사 과정에서 한 납치범이 19살 이복동생을 살해한 사실이 드러났다.
납치범들은 선영 양과 이웃사촌이었다. 선영 양이 '오빠'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납치살해범 3명에게 무기징역, 1명에게는 살인교사죄 공모혐의와 강도살인 방조죄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