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유진선 기자 = 경찰의 압박 수사에 '지갑 도둑'으로 몰렸던 20대가 3년여 만에 누명을 벗었다.
당시 경찰은 무죄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 영상을 관리 소홀로 삭제해 놓고도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발생한 건 2018년 1월 25일이었다. 당시 A씨는 대학교 4학년으로, 한창 취업 준비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날 A씨는 버스에서 승객이 두고 내린 지갑을 발견해 버스 기사에게 건넸다. 그로부터 8개월 후 A씨는 경찰서에서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경찰은 "버스에서 주운 지갑을 챙긴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A씨의 출석을 통보했다.
A씨는 지갑을 버스 기사에게 건넸다며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했지만 경찰은 이를 믿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A씨가 지갑을 줍는 모습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증거로 제시했다. A씨가 영상을 보여달라고 했지만 경찰은 캡처 사진만 갖고 있다며 A씨에게 영상을 보여주지 않았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했지만, 관리 소홀로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경찰은 "지갑을 받은 적이 없다"는 버스기사의 진술과 A씨의 거짓말탐지기 조사 등을 토대로 기소 의견을 달아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A씨는 1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A씨는 항소했다. 그는 "주운 지갑을 돌려줄 방법이 없어 버스 기사에게 줬다"는 여자친구와의 통화 녹취를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지갑을 가져갔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고 녹취록을 보면 합리적 의심을 하기 어렵다"며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15일 대법원과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수사와 재판 부담으로 취업을 하지 못했던 A씨는 무죄가 확정된 후인 지난해 말에야 수도권의 한 기업에 취업했다고 한다.
이후 A씨는 자신을 수사했던 경찰관들을 상대로 진정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