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맞벌이하는 딸 부부를 대신해 매일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손자를 마중 나갔던 아빠, 그런데 손자의 하원 시간이 한참이 지났는데도 아빠는 나타나지 않았다.
딸은 계속해서 연락했지만 전화 또한 닿지 않았고, 이곳저곳 갈 만한 곳은 모두 찾아봤으나 아빠의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공사장에서 사고가 났나 보다'라는 생각이 딸의 머리를 스쳤다.
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하고 아빠가 일하고 있을 여러 공사장을 찾아다녔지만 아빠는 나타나지 않았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딸은 다음 날 아침에서야 아버지 소식을 들었다. 이날 아침 출근한 동료들에 의해 발견된 아빠는 공사장 한쪽에서 싸늘한 주검이 돼 있었다.
4일 광주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건설 공장 현장에서 5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계단 벽면에 페인트칠을 하기 위해 사다리 위에 올라 평탄화 작업을 하던 중 2m 높이에서 추락했다.
추락한 높이는 낮았으나 머리부터 떨어지면서 충격으로 뇌진탕이 왔다. 홀로 작업 중이던 터라 A씨를 발견하고 병원에 옮겨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A씨 딸을 비롯한 유족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발견됐다면 살 수 있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안타깝게도 이날은 A씨의 생일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부검 결과를 토대로 작업에 쓰인 발판 폭이 좁은 것으로 미뤄 A씨가 발을 헛디뎌 뒤로 넘어진 뒤 계단에 구른 것으로 추정 중이다.
또한 작업 중 마땅히 배치돼야 할 현장 안전관리자가 없었고, 2인 1조 작업 수칙도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건설사·하청업체 관계자, 현장사무소장 등 5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하는 한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정황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