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9살 아들과 7살 딸이 있는 엄마는 괴롭힘을 당하는 딸에게 '고자킥'을 전수해 줬다.
A씨는 남매를 키우고 있다. 둘 다 객관적으로 외모가 잘생기고 예쁜 편이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인기가 있다. 선물이나 호의만 받아서 엄하게 키웠더니 예의도 바르고 순한 편이다.
사랑받는 아이들은 둘 다 성정이 순한데, 유독 딸아이만 힘이 든다.
5살쯤부터 놀이터에 가면 초등 저학년인 짓궂은 오빠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 때문.
A씨는 그게 또래의 관심 표현이란 걸 알지만, 문제는 딸아이가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데 있다.
낯가림이라고는 없던 딸은 언제부터인가 친오빠 이외에 다른 또래 오빠들을 꺼리기 시작했다.
합기도, 태권도, 복싱, 주짓수 등을 했던 A씨는 조금 자라면 남자한테 여자가 힘으로 안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해서 싫다는데 볼 뽀뽀를 한다던가 손을 잡고, 몸에 손을 대는 남자아이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딸에게 "3번 말로 해서 안되면 고자킥 날려라"라고 가르쳐줬다.
정직한 앞치기 자세였다. 발등을 펼 필요도, 무릎을 접을 필요도 없이 축구공 차듯 정강이뼈로 차버리라고 한 것이다.
한 일주일쯤 연습을 시켰을 때, 같은 반 남자아이를 걷어차 유치원에서 연락이 왔다.
남자아이가 같이 놀자는 걸 딸이 거절하니, 1차로 남자아이가 딸 원피스에 붙은 가방 안에 흙을 집어넣었다.
2차로 양갈래 머리 한쪽 머리끈을 풀었고, 3차로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찔러 차버렸다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딸이 예쁘고, 남자아이가 좋아해 그러는 게 눈에 보였다며, "원래 좀 활달한 아이라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다.
A씨는 남자아이에게 하나도 미안하지 않았다. 그렇게 괴롭힘을 당할 동안 선생님은 무얼 했는지 화도 났다.
유치원을 보내지 말아야 할지, 남자아이 부모에게 사과를 해야 할지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A씨 글에 누리꾼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일부 누리꾼들은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는 걸 치명상 입을 행동을 하게 시키는 게 과하다", "운동시켜 체력을 길러주면 될 일", "어찌 됐든 선생이 무책임한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애초에 안 괴롭히면 맞을 일 없다", "안놀아 준다고 괴롭히는 게 좋아해서 그렇다니 선생님 말이 빻았다"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아이들은 성인보다 1차원적인 반응을 하기 쉽다. 옳고 그름과 그 정도를 판별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괴롭힘을 "좋아해서 그런다"라고 치부하기엔 A씨 딸의 스트레스도 극심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어른들의 올바른 처신이 절실한 이유다.
A씨와 유치원 선생, 그리고 남자아이의 부모 모두가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조율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