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마루타 실험한 '731부대'의 만행 알리는 영화 직접 만든 일본인 감독

일본 영화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의 731부대의 끔찍한 학살을 다룬 작품이 금기에 도전하며 눈길을 끌었다.

입력 2020-10-16 18:25:58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 impress


[인사이트] 원혜진 기자 = 일명 마루타 실험으로 악명 높은 '731부대'에 대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제국 육군 소속 비밀 생물전 연구개발 기관이었던 731부대는 포로들을 상대로 온갖 잔혹한 생체 실험을 자행해 현재까지도 비난받고 있다.


이에 대해 현 일본 정부는 731부대의 끔찍한 학살을 비롯한 위안부 문제, 전쟁 문제 등을 끊임없이 감추려 하고 부인해왔다.


그런 가운데 일본의 한 영화감독이 이에 당당하게 맞서 시대의 참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영화를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The New York Times


영화 '스파이의 아내'


지난 10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는 영화 '스파이의 아내'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감독 구로사와 기요시(黒沢 清, 65)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파이의 아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731부대의 생체실험을 다룬 영화다. 구로사와 감독은 매체에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와 자신의 신념에 대해 자세히 풀어놨다.


그는 우선 "(과거사를) 지우려 하고, 전시 여성들을 성노예로 동원한 군 위안소 시스템(위안부 문제)에 대한 언급을 비판해온 일본 정부로선 거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고위 관료를 포함한 일본 우파들은 '스파이의 아내'에서 묘사된 일본의 모습에 대해 차라리 잊히도록 하는 데 힘써왔다"고 말했다.


영화 '스파이의 아내'


731부대에서 자행된 생체 실험 / YouTube '102 News'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일본의 전쟁 영화는 대체로 일본 제국주의 희생자들을 무시해왔다"며 "역사를 사라지게 하려는 영화를 만들 수는 없다"는 소신을 전했다.


실제로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전쟁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다 보니 이 같은 내용의 예술 작품 역시 금기시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구로사와 감독이 내놓은 작품은 일본 사회에서는 도전이자 시위에 가까운 행동인 셈이다.


그러나 논란이나 추문을 불러일으키려고 만든 영화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YouTube '102 News'


'스파이의 아내'는 전쟁의 참상을 세심한 여성의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해당 작품은 오는 21일 개막하는 부산 국제영화제에서도 초청작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자신만의 소신으로 깨기 두려운 금기에 부딪힌 구로사와 감독의 도전에 한국 팬들은 찬사를 보내고 있다.


한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지난 1983년 '간다천음란전쟁'으로 데뷔해 '큐어'(1997), '회로'(2001), '도쿄 소나타'(2008) 등의 작품성 있는 영화로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