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한국은행의 '존버'가 통했다. 고점에 매입한 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 실패를 만회했다.
코로나19발(發) 불황과, 미중 간 갈등이 한은엔 되레 호재가 된 셈이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이 전날보다 트로이온스(31.1g)당 11.10% 떨어진 1,94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값이 크게 내렸지만, 여전히 예년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금값은 전날까지 나흘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은은 지난달 말 기준 금 104.4t을 보유하고 있다. 장부 가격(매입 원가)으로는 47억9000만달러어치, 우리 외환보유액(4107억5000만달러)의 1.2%를 차지한다.
금 대부분은 김중수 한림대학교 총장이 총재를 지냈던 2011년부터 3년에 걸쳐 매입한 것이다. 당시 김 총장은 온스당 1,900달러에 금 90t을 구매했다.
김 총장이 금을 매입하던 해 금값은 유럽발 재정위기를 겪으며 고점을 찍고 있었다. 1,200달러에서 1,900달러까지 약진했지만 김 총장은 개의치 않고 매입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김 총장이 매입하자마자 금값은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2015년 말에는 1050.8달러를 찍어 최저점을 찍기도 했다.
불과 지난해까지도 한은의 투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러나 1년 새 한은은 세간의 평가를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한은의 존버가 무려 7년이 지나서야 빛을 본 것이다.
한은은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이제까지의 투자 손실을 모두 만회했을 뿐만 아니라, 매입 때 대비 2조원 가까운 평가차익을 거두고 있다.
한은이 가진 금을 시세에 맞춰 환산해보면 335만7000여 트로이온스로 약 65억6000만달러, 장부가(취득원가·47억9000만달러) 대비 약 40% 올랐다. 평가 차익이 2조원이 넘는다.
다만 한은은 당장 금을 팔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가 촉발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 덕분에 '망한 투자'가 '잘한 투자'로 평가받게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금을 당장 팔아 수익 실현을 할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