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큰불로 인해 연기가 가득 차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곳에 있던 한 여성.
그는 당장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는 일보다 다른 일을 택했다. 자칫 연기 중독으로 인해 죽음의 문턱에 다다를 수 있는 데도,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지금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지난 22일 광주 북구 두암동 한 모텔은 39살 남성 A씨가 고의 방화를 일으켜 화염에 휩싸였다.
삽시간에 커진 불로 인해 모텔 안은 온통 연기로 뒤덮였다. 이 연기를 빠르게 파악한 사람 조차 밖으로 대피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늦게나마 화재 사실을 알고 대피해 목숨을 부지한 일부 증언자에 따르면 누군가가 객실 문을 '쾅쾅' 두드리고 다녔다고 한다.
불이 난지 몰랐는데 문을 강하게 두드리는 소리에 깨 대피해 살 수 있었다는 증언자도 있었다.
한 투숙객은 "'쾅쾅' 하는 문소리에 깼다"면서 "문을 두드리는 이는 힘겨운 듯한 신음을 내지르는 듯했고, 같은 소리가 다른 방에서도 계속 들렸다"라고 말했다.
그 덕분에 화재를 인지했고, 늦게나마 몸을 대피해 살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복도에서 대피하는 와중에도 누군가 계속 이곳저곳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투숙객은 "분명하지는 않은데 목소리가 여성이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내던진 이 '의인'은 찬사 받아 마땅해 보인다.
한편 A씨의 고의 방화로 인한 모텔 화재는 수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2명이 사망했고 31명이 다쳤다.
31명 중 14명은 심정지·화상·호흡곤란 등으로 응급 치료를 받았으며, 18명은 경상을 입었다. 현재 일부 부상자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