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8개월 동안 자신을 짝사랑했던 여사친에게 '우리 사귀자' 말을 하지 못한 이유

4년 8개월 동안 짝사랑했던 남자에게 청첩장을 받았다는 여성의 이야기가 결국 그에게까지 전해져 답장으로 이어졌다.

입력 2019-12-12 18:12:31
기사오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사랑이 오네요'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얼마 전, 4년 8개월 동안 짝사랑했던 남자로부터 청첩장을 받았다는 한 여성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그와 결혼하는 신부가 이 여성의 직장 동료였다는 사실은 더욱더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연은 사람들의 손과 입을 타고 퍼지기 시작해 결국 그녀를 뒤로하고 결혼했던 남성 A씨에게까지 전해졌다.


그는 지난 12월 10일 페이스북 페이지 '성균관대학교 대나무숲'을 통해 자신의 숨겨두었던 이야기를 풀었다.


Facebook '성균관대학교 대나무숲'


"안녕"으로 시작된 A씨의 편지는 "벌써 우리 연락 끊긴 지도 2년이 되어가네. 나는 네 도움을 받아 취직도 잘했고 결혼도 했는데 너는 잘 지내는지 알 방법이 없다"는 문장으로 이어졌다.


처음 그녀의 글을 접했을 때 자신이 이야기가 맞는지 긴가민가했던 A씨는 그 긴 사연을 3번이나 읽었다고 전했다. 


그제야 '왜 결혼식에 오지 않았는지', '오랜 친구를 왜 그렇게 쉽게 끊어냈는지' 이해할 수 있었던 A씨. 지난날 툴툴거리며 원망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A씨가 글을 쓴 진짜 이유는 혹여 사람들이 그녀를 오해하고 욕할 게 두려워서였다. 그는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었다며 옛 감정을 떠올렸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너를 기억해'


A씨에 따르면 그 또한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부터 관심과 호감이 있었다. 그래서 먼저 말도 걸고 챙겨주려 노력했다. 


사귀고 싶었던 마음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A씨 자신의 처지가 발목을 잡았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자신이 너무 부족해 보였던 탓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변명하자면 넌 눈치채고 있었겠지만 나 엄청 흙수저야. 학교도 사배자 전형(사회 배려 및 공헌자 전형)으로 들어왔고 등록금은 지원금 반 빚 반으로 냈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달에 내가 쓸 수 있는 돈이 5만 원도 안 됐던 그런 때, 이상하게 너랑 있으면 내 현실이 너무 싫었어. 너의 잘못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열등감을 못 이겨냈어"라고 덧붙였다. 


A씨는 그 열등감에 가끔은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줬다. 그게 너무 고마워 가끔은 도시락을, 라떼를 사서 그녀의 손에 쥐여줬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녀의 마음을 몰랐던 것도 아니다. 서로 감정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도저히 사귀자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좋은 차에 좋은 옷을 입고 다니는 그녀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 같았고, A씨는 그런 그녀가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런 마음은 혹여 고백했다가 소중한 친구마저 잃을까 하는 걱정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만난 그녀의 직장 동료. 지금의 신부가 된 그 동료가 A씨의 첫 연애가 됐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자신의 옛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A씨는 "몰랐다고 하는 건 이제 변명이 안 되니까 그냥 사과하고 싶어. 상처 줘서 미안해. 지금은 행복했으면 좋겠고,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어"라고 전했다.


이 편지를 어떻게 전할까 고민하던 A씨는 그녀와의 오랜 추억이 담긴 성균관대 대나무숲에 글을 써내려갔다.


두 사람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는 '인연이 아니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안타까움을 담고 있었고, 이는 누리꾼들의 애잔한 마음을 더욱더 짠하게 만들었다. 


A씨의 편지를 접한 이들은 그의 편지 또한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해 언젠가는 그녀에게 좋은 위로가 되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