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공개채용에서 장난기 가득한 이력서를 내고 지원한 지원자가 합격해 문제가 되고 있다.
누가 봐도 실존하는 사람의 이름이 아닌 '사딸라'라는 지원자가 코레일 공개채용에 1차 합격한 것이다.
6일 KBS는 무소속 이용호(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 의원이 코레일에 넘겨받은 자료를 인용해 '사딸라'라는 지원자가 코레일 공개채용에서 1차 합격을 했다고 보도했다.
사딸라는 드라마 '야인시대'의 명대사다. 김두한을 연기한 배우 김영철이 미군에 일당 임금 4달러를 달라고 고집하는 장면에 나오는 대사다.
이 대사를 외치는 장면은 지금까지도 다양하게 패러디돼 큰 웃음을 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지원자는 이 대사가 나오는 장면을 자신의 이야기인 양 이력서에 적어냈다.
자기소개서나 이력서에도 김두한의 이력을 적은 것. 미군과의 협상을 포함해 서울 종로구에서 장사하는 상인을 일제로부터 보호했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명백히 '가짜' 이력서인데도 그는 당당히 1차 합격을 했다. 코레일이 1차 심사에서는 중복 지원과 자소서의 분량 등만 확인하고 합격자를 걸러내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차 심사에서 자격증, 최종 학력, 경력 등을 계량화해 일부만 합격시켰다. 그러나 2017년 상반기부터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되고 1차 심사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코레일은 올 상반기에도 상당수의 장난 지원을 받은 바 있다. 오로치마루나 가나다라마바사 등의 지원자가 지원해 1차 합격을 했다.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는 좋지만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의 발생은 다소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오로치마루와 김두한 등은 2차 심사에 응시할 기회만 얻었을 뿐, 실제 응시하지는 못했다. 2차 심사에서는 서류와 신분증을 대조하고 시험을 치르기 때문이다.
해당 지원자는 매체에 "코레일이 응시 기회를 무분별하게 줘서 장난삼아 지원을 해봤다"며 "코레일에 경각심을 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자기소개서를 썼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가 왜곡되지 않게 보완이 필요하다"며 "공인인증서, 휴대폰 인증 등이 추가 도입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코레일 측은 "허위 지원으로 피해자가 발생하지는 않지만, 논란이 있는 만큼 내년부터 개인 실명인증 절차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장난 지원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