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선 밝은데 집에만 오면 '우울' 폭발하는 당신에게 정신과 의사가 알려주는 '우울증 탈출법'

서울대 정신과 전문의가 직접 알려주는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소개한다.

입력 2019-08-20 18:43:12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JTBC '청춘시대'


나는 방학 동안 깊은 우울감에 빠졌다.학기 중에는 왕성했던 식욕이 다 어디로 도망가버린 건지 입맛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모든 게 귀찮았다. 나는 일주일 중 4일 이상은 씻을 때를 제외하고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SNS 속 친구들은 하고 싶은 것도 하면서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는데 나는 방학 동안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우울해하기만 했다. 이런 내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지면서 눈물이 비죽 나올 때도 있었다. 하지만 가끔 친구들을 만나러 밖에 나갈 때는 또 달랐다. 친구들과 신나게 울고 웃으며 수다도 떨고 음식도 곧잘 먹었다.그리고 집에 들어오면 또다시 극도의 우울감을 느꼈다. 특히 우울감에서 벗어나 스스로 무언가를 해보려 할 때 오히려 우울감은 심해졌다. 이에 매일 같이 '내가 대체 왜 이럴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답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JTBC '청춘시대'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집에 홀로 있을 때 이처럼 극도의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김병수 서울 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 부교수는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몇 가지의 조언을 건넸다.


김 교수는 "'남들이 어떻게 사나?' 혹은 '남들은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나?'하고 궁금해하는 것은 곧 '내가 제대로 살고 있나?', '내 생각이 맞나?'와 같은 의문을 풀고 싶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전했다.


나 자신과 내 마음을 다른 사람의 모습과 비교해 더 정확히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SNS에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살펴보는 것은 곧 나 자신이 잘살고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아이가 다섯'


하지만 김 교수는 "자기 자신에게 너무 집중하게 되면 오히려 우울해진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건강한 사람이라도 몇 분간 자기 손만 뚫어져라 보고 있으면 그 위로 개미가 기어가거나 그 아래로 맥박이 뛰는 것 같은 이상한 감각을 느끼게 된다"라면서 "특정한 무엇에 너무 과도하게 집중하면 부정적인 것에 초점이 모아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 아닌 다른 것에는 자신의 에너지를 쏟지 않은 채 나 자신에게만 몰두한다면 '나는 한심하고 무능해'라고 자책하게 되거나, 스스로 부족한 점만 눈에 들어온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우울하고 불안한 상태에서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은 자신의 결점이 더 부각돼 보일 수 있어 더욱더 깊은 우울감에 빠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JTBC '청춘시대'


김 교수는 "자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서 인생을 더 명확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자기 인생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짐이 될 뿐"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렇게 우울감을 느낄 때는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집중해 결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변화시키려고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제대로 된 관계를 맺기 위한 연습으로 김 교수는 '관찰자 연습'을 권했다.


관찰자 연습이란 그저 조용히 자신의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 그리고 느낌을 있는 그대로 관찰해보는 것이다. 스크린에 투사된 영상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대체 왜?', '어째서?', '뭐가 문제지?'라면서 따진다거나 캐물으려 하면 안 되고 말 그대로 관찰하기만 하는 것이다. 이런 연습을 하다 보면 심리적으로 훨씬 여유로워질 수 있다.


이같은 김 교수의 조언은 사실 우리도 잘 알고 있다.


"우울하다"라고 말하면 흔히 "우울함을 잊게 다른 일에 집중해"라고 위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기 때문이다.


운동한다든지, 음악을 듣는다든지 하는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개강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직도 우울감에서 허우적대고 있다면 오늘부터 나 자신에 집중하기보다는 멀찍이 떨어져 욕심과 강박을 놓고 자연스럽게 관찰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