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이사 못가게 '복날'마다 수박 현관문에 걸어놓은 집주인이 세입자들에게 보낸 문자

지난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좋은 집주인을 널리 알립니다'라는 글 하나가 올라와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입력 2019-08-18 12:25:04
온라인 커뮤니티


[인사이트] 정인영 기자 = "더운 날 수고 많으십니다. 초복을 앞두고 조그마한 수박을 문 손잡이에 걸어두었습니다. 드시고 더위를 이겨냅시다. 건강하세요^^"


더운 여름 집주인에게 온 한 통의 문자.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을 때 집 문 손잡이에는 수박 하나가 반갑게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지난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좋은 집주인을 널리 알립니다'라는 글 하나가 올라와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자취 9년 차 직장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그가 경북 경산에서 살 때 3년 동안 살았던 집의 집주인에게 감사한 마음을 알리고 싶어 글을 썼다고 밝혔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그에 따르면 집주인은 더운 여름 복날이나 명절 때면 집집마다 선물이라면서 과일 등을 문 앞에 가져다 놓기 일쑤였다. 


세탁조 청소나 방충망 교체는 물론, 혹시나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누가 찾아왔을 때 밖을 볼 수 있는 '도어 뷰어(현관문 돋보기)'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치했다. 


전등이 나가면 '눈 나빠지기 전에 빨리 고쳐야 한다'며 바로 약속을 잡고 직접 방문해 LED로 교체해 주기까지 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더욱더 그를 감동시킨 것은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집주인의 문자 메시지였다.


"문자로 인사드림에 송구하옵니다. 다름이 아니라 기존 사용하고 계신 세탁기 청소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답을 주시면 개별 약속해서 세탁기 청소를 진행하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승리하세요^^"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조그만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입구 택배보관창고에 11개 있으니 한 집에 한 개씩 가지고 가시면 돼옵니다. 2개 가지고 가시면 아니돼용^^ 설 명절 잘 보내시고 건강하세요"


"강령하시옵니까? 벌써 1년이란 시간이 흘러 한 해가 가고 새해를 맞이합니다. 2019년에도 하시는 일 잘되시길 기원드립니다. 부족하지만 조그만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A씨가 공개한 명절 선물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이전에 A씨가 자취하던 곳에서는 건물 내 도난 사건도 있었고 CCTV 하나 고치는 데도 말이 많았기에 집주인의 살뜰한 배려와 따뜻한 문자가 주는 감동, 감사함은 몇 곱절이 됐다.


복날을 지내며 A씨는 3년 동안 그의 복날을 행복하게 만들어줬던 천사 같은 집주인이 떠올랐다.


각박한 현실에서 무심함과 불친절에 지칠 때마다 따뜻한 온정을 나눠줬던 '집주인'의 기억은 그의 마음을 다시 촉촉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