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7일(토)

인권위 "낙태죄는 위헌, 여성의 자기 결정권 침해"···다음달 위헌 여부 결정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박아영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공식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인권위가 낙태죄 폐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지난 15일 인권위는 낙태한 여성을 형법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여성의 자기 결정권, 건강권·생명권, 재생산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출산이 여성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인데도, 공권력으로 간섭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여성에게 인정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주의 국가에서 임신을 국가가 강제할 수 없는 것처럼 낙태 역시 스스로 판단에 따라 결정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또한 낙태죄가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침해한다는 것도 문제 삼았다.


인권위는 "형법은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있고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 사유도 매우 제한적이다"며 "여성이 낙태를 선택할 경우, 불법 수술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부작용이 발생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어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이 심각하게 위협받는다"고 했다.


이 밖에도 "처벌을 통해 낙태 예방·억제의 효과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낙태죄가 상대 남성의 관계 유지나 금전 요구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다만 인권위는 낙태죄 폐지가 곧 낙태의 합법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으며, '동의 없는 낙태' 등은 의료법 개정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오랜 기간 여성을 옥죄어 왔던 낙태죄 조항이 폐지돼, 여성이 기본권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다음달 중으로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가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