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남성만이 병역의무를 지는 현행법은 헌법에 명백히 위배된다"
지난달 22일 미국 텍사스주 남부 연방법원 판사는 "미국의 현행 징병 등록 시스템(SSS)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앞서 미국 남성인권단체인 '남성연대'(National coaltion for Men)는 "현행 병역법은 수정헌법 제14조의 평등 보호 조항을 위배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징병 대상 등록 자체를 없애거나 여성도 같은 의무를 부여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미국은 징병제 국가가 아닌 모병제 국가다. 하지만 병역법에 따르면 전시상황을 대비해 18세 생일을 맞은 남성들은 징병 대상자 등록을 해야 한다.
반면 여성에게는 이 의무가 주어지지 않는다. 즉 전시상황에 징집 대상자로 고려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런 체계가 갖춰진 이유는 1981년, 미국 대법원이 "여성을 징병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판결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국방부는 여성이 전투병과에서 복무할 수 없도록 했었다.
하지만 2015년 성별에 따른 제한을 없앴다. 모든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다는 인식이 견고해지면서 여성도 전투병과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됐다.
이에 판사는 "여성을 징병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본 1981년 대법원판결 당시와 지금은 시대적 상황이 다르다"면서 "현 징병 등록 시스템은 위헌"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판결을 한 판사는 법체계를 어떻게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행정부가 구체적으로 해야 할 조치를 제시하지도 않았다. 이 문제는 결국 시민들이 해결해야 할 몫으로 본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한편 한국 헌법재판소는 미국에서 제기된 내용과 비슷한 사안에 대해 다른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헌재는 "남성이 여성보다 전투에 적합한 신체 능력을 갖췄다"면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신체적으로 열등하다는 뉘앙스의 논리를 폈다.
또한 "신체적으로 뛰어난 여성이라고 해도 임신·출산 등으로 인한 특성 때문에 병력자원으로 투입하기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에 더해 "남성 중심인 군 조직에 여성이 복무하면 성적 긴장 관계에서 발생하는 기강 해이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일반기업 면접 자리에서 했으면 '성차별'로 뒤집어질 수도 있는 이야기여서 논란이 됐다.
최근에는 사회복무요원에게 지급되는 보수가 너무 적고, 최저임금을 줘야 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대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제한받는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모두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