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진솔 기자 = 잠수함이 너무 타고 싶어서 해군 부사관으로 자진입대한 아들이 발령받은 부대에는 조금 특별한 사람이 있었다.
힘든 훈련과 교육을 수료한 정한민(24) 하사가 향한 부대는 평소 존경하던 아버지가 상급자로 계신 부대였다.
지난 25일 대한민국 국방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국내 제1호 부자(父子) 잠수함 승조원 탄생'이라는 게시물이 게재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아버지와 아들이 한 근무지(잠수정)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해군 역사상 최초다.
최초이기에 어색할 법도 하지만, 두 사람은 늘 언제나 잠수함 이야기를 나눠왔기에 조금도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아버지 정상봉(49) 준위는 현재 근무 중인 잠수함 홍범도함에 배치된 아들 정한민(24) 하사에게 "잠수함은 한 사람의 실수로도 모든 승조원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정 하사는 어린 시절 해군인 아버지를 따라 독일에서 지내며 잠수함 승조원을 꿈꿨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막연하게 군인이 되고팠지만, 22살이던 2017년. 해군 부사관에 입대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결국 그는 2017년 해군 부사관으로 임관했다. 정 하사는 잠수함 지원 조건인 수상함(물 위에 떠 있는 군함) 근무 1년을 채우고 지난해 6월 잠수함 승조원에 지원했다.
정 하사는 이후 6개월간의 교육·훈련과 잠수함 기본과정을 수료한 뒤 드디어 홍범도함에 정식으로 배치됐다. 얄궂게도(?) 그의 분대장은 아버지였다.
앞서 아들에게 전한 말처럼 정 준위는 20여년 동안 잠수함부대에서 근무하고 엔진을 담당하는 기관 분야에서 일하는 만큼 꼼꼼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해군 역사상 부자(父子)의 조우는 최초이지만, 안타깝게도 정 준위는 육상으로 보직을 변경할 예정이라 두 사람이 함께할 시간은 한 달 남짓이다.
정 준위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노하우를 최대한 많이 전수해주고 싶다고 한다.
정 하사는 "한평생 대한민국의 바다를 지켜 온 아버지를 따라 최정예 잠수함 승조원이 되어 영해를 철통같이 수호하겠다"고 부전자전스러운 의지를 다졌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장점보단 단점이 많을 거 같은데"라며 걱정하기도 하고 "애국하는 길이 이런 것이다", "두 분의 건승을 기원합니다"는 따뜻한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