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고통을 겪는 환자를 빨리 낫게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살아온 의사가 있다.
그 의사는 업무가 너무 많아 심리적·육체적 고통을 겪으면서도 늘 언제나 환자 그리고 동료 의사·간호사들만 생각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5시 44분쯤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던 故 임세원 교수는 '환자'의 칼에 찔려 세상을 떠났다.
가는 그 순간에도 자신보다 동료들을 더 생각했던 임 교수는 죽음의 위기를 무릅쓰고 간호사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빨리 피하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그랬던 임 교수였기에 동료들의 슬픔은 더욱 크다. 또 임 교수가 생전 환자를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 수 있는 마지막 SNS글이 전해져 시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임 교수는 얼마 전 있었던 '강서 PC방 살인사건'의 피해자를 본 의사가 올린 글을 보았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참혹함이라면 정신과도 만만치 않다"면서 "각자 다른 이유로 삶의 밑바닥에 처한 이들이 있는 곳이 정신과 입원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가운데는 도저히 사실로 믿기 힘든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환자가 왜 내게 왔는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이것이 나의 일이다'라고 스스로 되뇌면서 힘겨운 치유의 여정을 함께 한다"고 덧붙였다.
너무도 정신적으로 힘들지만,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임 교수는 늘 고통만 겪는 건 아니었다. 자신과 함께 치유에 성공한 환자가 퇴원할 때 주는 '편지'는 임 교수를 행복하게 해줬다. 20년 동안 받은 편지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꼬박꼬박 모았다.
"그분들에게서 (나도) 삶을 다시 배운다"
환자밖에 몰랐던 그는 "모두 부디 잘 지내시길 기원한다"면서 "이번 주말엔 조금 더 큰, 좀 더 예쁜 상자를 사야겠다"는 말로 생애 마지막 글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