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1942년, 1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중국 만주의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가 갖은 고생을 한 이옥선 할머니.
이 할머니는 가까스로 버텨 해방 직후 고향인 대구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혼자 살아 돌아왔다는 이유로 동네 사람들의 질책이 쏟아졌다.
결국 이 할머니는 충북 보은의 속리산으로 쫓기듯 터를 잡고, 관광객을 상대로 물건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또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인삼을 파는 일로 생활을 이어가기도 했다.
힘든 생활을 이어가던 중 한 이웃이 할머니에게 다가와 "이자로 돈을 불려주겠다"며 4천만원이라는 돈을 빌려 갔다. 이 할머니가 평생 고생하며 모은 전 재산이었다.
하지만 이 할머니는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돈을 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29일 인사이트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의 사기 피해 사건에 대해 취재했다.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지난 2001년 4월 25일 이웃 정 모씨로부터 '현금보관증'을 받고 전 재산 4천만원을 빌려줬다.
연 10%의 이자를 주겠다며 가져간 돈을 받기 위해 이 할머니는 정씨를 찾아갔지만, 그는 "다음에 주겠다"며 돌려보냈다. 이후 할머니는 정씨를 만날 수도 연락을 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고령의 나이에 법도 잘 모르고 도움을 요청할 가족도 없던 이 할머니는 18년의 세월 동안 홀로 속앓이를 해왔다.
그러던 중 최근 급격히 몸이 쇠약해 지면서 이 할머니는 나눔의 집 관계자들에게 어렵게 이 사실을 털어놨다.
소식을 들은 안 소장은 이웃 정씨에게 수차례 연락해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그는 "법대로 하라"며 연락을 회피했다고.
안 소장은 "법을 잘 알고있는 사람처럼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당당하게 나섰다"고 전했다.
실제로 법적 절차를 진행하기엔 이미 채권시효가 만료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다행히 한 변호사의 도움으로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게 됐지만, 승소 확률이 매우 희박하다.
이 할머니는 이런 힘든 생활 속에서도 보은군민장학회에 2천만원을 기부하는 등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생활해왔다.
또 이 할머니는 정씨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 받더라도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쓰겠다고 다짐했다.
안 소장은 "지금까지도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를 위해 증언 활동을 끊임없이 하는 와중에 도와주지 못할망정 한국 사람에 의해 고통을 받아야 하느냐"며 "할머니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나눔의 집 측은 이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오후 4시 기준 2천 여명이 동의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