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증거 있냐고, 증거 갖고 오라고. 만약 강간을 당했으면 당한 네 동생이 관리 못 한 잘못 아니냐고..."
성폭행을 당했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의 친언니가 가해 학생 부모에게 들은 말이다.
지난 2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인천 여중생 사망 사건'에 관해 조명했다.
이른바 인천 여중생 사망 사건은 앞서 올해 2월 인천 한 상가 화장실에서 친구로 지내오던 두 남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한 14살 중학생이 5개월여가 지난 7월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라고 알려져 있다.
사건 이후 가해자로 지목된 두 학생 중 한 명인 A군은 사건을 주변에 떠들고 다니면서 소문이 퍼지게 했다.
성폭행 후유증에 이어 소문과 성적 모욕, 사이버 불링 등 2차 가해까지 시달리던 피해 학생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 수사에서 특수강간 혐의가 인정됐는데도 남학생 중 A군은 그러나 강간이 아니고 합의한 관계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이날 취재진은 사망한 중학생의 19살 친언니를 만났다. 이날 언니는 여러 증언을 쏟아내며 방송을 본 시청자들을 분노케 했다.
언니는 "(A군이) '누나 때문에 너무 힘들다. 누나 친구들, 주변 사람들 저한테 욕한 사람 다 고소할 것'이라고 연락을 했다"며 A군과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오히려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 물론 사과는 전혀 없었다.
피해 학생의 언니는 "A군 아버님은 전화로 저한테 욕했다"며 "'증거 있냐고, 증거 갖고 오라고. 만약 강간을 당했으면 네 동생이 관리 못 한 잘못 아니냐'고 이야기했다"고도 증언했다.
이후 입장을 듣기 위해 찾아간 취재진에게 A군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피해 학생 때문에 매우 고통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군의 아버지는 "SNS 통해서 다 이야기가 퍼졌는데, 그걸로 인해서 주변 사람들한테 온통 살인자 취급을 받고 있다. 아이가 심리 상태가 안 좋다"고 전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강간 혐의에 대해서도 부정했다. "팔을 잡고 옷을 벗겼던 추행 행위까지만 강제였지, 이후 관계는 피해자도 동의했다"는 게 아버지의 주장이다.
A군의 아버지는 취재진에 "(성폭행 말고) '추행'이라는 표현을 써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 아버지에게 취재진은 "만약 아버님이 여학생 쪽 부모님이었으면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A군 아버지는 "저였다면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을 찾겠지 그러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그쪽에선 이게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피해 학생의 언니는 "부모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 자기 자식이라면 안 그럴 거지 않느냐"고 취재진을 향해 답이 돌아오지 않을 질문만을 건넸다.
가해 학생 중 그 누구도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동생이 죽은 후, 열아홉의 언니 역시 자살을 기도했다.
현재 가해 학생 두 명은 가정법원 소년부 심리를 기다리는 중이다.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인 이들은 형사처벌 대신 소년 보호 처분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