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이제 9살·5살이 된 아이들의 아빠를 죽게 해놓고 7개월간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은 벤츠 만취운전자.
그가 오늘 드디어 굳게 닫았던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는 "죄송합니다. 정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13일 수원지법 308호 법정에서는 여름이 시작되기 전 5월, 한 가장의 생을 마감시킨 노모(27)씨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검찰은 노씨에게 '징역 8년형'을 구형했다. 이와 관련해 유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판사의 물음에 노씨는 대뜸 '무릎'을 꿇었다.
가족들은 그토록 진심 어린 사과를 듣고 싶어 했지만, 한 번도 연락을 받지 못해 왔다.
하지만 검찰이 자신이 생각한 정도보다 높은 형량을 구형하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여 줄 분위기로 흐르자 태도가 급변했다.
노씨는 가족들을 향해 무릎 꿇고 "죄송하다. 정말 죽을 죄를 지었다"라고 말했다.
진심 없이 '기회주의자'스러운 면모에 치가 떨린 유족들은 고성을 내질렀다.
사고로 숨진 택시 승객 김모(38)씨의 아버지는 증인석에서 "20년 하던 식당도 접었고, 교사인 며느리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눈물로 하루하루를 지새운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은 벽에 걸린 아빠의 사진만 보며 하루 종일 아빠를 찾는다"면서 "합의는 됐고, 엄하게 처벌해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사경을 헤매고 있는 택시기사 조모(54)씨의 아들은 "사람을 죽인 음주운전자가 왜 '살인죄'보다 형량이 낮은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