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 '영하 20도' 날씨에 동암역 앞 길거리서 도둑맞은 '가방' 찾고 있던 할머니

한 할머니가 오직 자식 걱정에 쌀쌀한 겨울 밤거리에 나서 가방을 돌려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입력 2018-12-09 13:28:14
온라인 커뮤니티


[인사이트] 김진솔 기자 = 밖에 잠깐만 나갔다 와도 손·발이 꽁꽁 얼어붙는 요즘 날씨.


한 할머니가 찬바람을 맞아가며 커다란 종이 상자를 들고 목이 터져라 소리치고 있다. 종이 상자에는 삐뚤빼뚤한 알아보기 힘든 글이 빼곡히 적혀있다.


이 추운 날 길 한복판에 할머니가 오래도록 서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7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꼭 글을 공유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사진 한 장과 글이 게재됐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익명으로 사연을 전한 A씨는 이날 인천 부평구 동암역 인근에서 이 할머니를 발견했다.


할머니가 들고 있던 종이상자에는 "어제(6일) 7시쯤 가방을 잃었읍니다(잃어버렸습니다). 누구에게는 필요치 않은 네용물(내용물)이 들어 있읍니다(있습니다). 제발 돌려주세요"라는 할머니의 호소가 담겨있다.


이어 "핸드폰에 우리 아이들 전화 번호가 다 드러있읍니다(들어있습니다). 그리고 밭에 창고 열쇠가 있읍니다(있습니다). 제발 돌려주세요"라며 맞춤법도 맞지 않은 문장이 적혀있다.


A씨에 따르면 할머니의 자녀들은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어 '핸드폰'이 유일한 연결고리였다.


할머니가 든 종이 상자 / 온라인 커뮤니티


그런데 가방과 함께 핸드폰을 도둑맞은 것. 할머니는 연락이 되지 않으면 자식들이 걱정할 것을 염려해 이 추운 날씨에도 직접 길거리에 나왔다.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강력한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오직 자식 생각만 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더한다.


글을 올린 A씨는 "우리 할머니 같아서 너무 마음이 좋지 않다"며 "직접 돌려주시기 그러면 앞에 슈퍼나 붕어빵 아주머니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할머니는 다행히 가방을 돌려받은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