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변세영 기자 = 수년째 모든 병시중을 들었음에도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남편을 홧김에 살해한 70대 여성이 감형됐다.
1일 서울고법 형사4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76)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의 선고를 무겁다고 판단해 집행유예로 감형한 판결이다.
남편과 40년 이상 결혼 생활을 이어 온 A씨는 지난 2011년쯤부터 남편이 뇌경색으로 거동이 불편해지자 매일 관장을 해주는 등 남편을 수발했다.
부인 A씨의 건강도 좋지만은 않았다.
A씨는 지난 2016년부터 나타난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이 악화돼 올 초에는 전반적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환각·망상·충동성 치매 심리증상에 시달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자신의 몸도 성치 않은 부인의 극진한 간호에도 남편은 평소 성격대로 지팡이를 이용해 A씨를 때리거나 폭언을 멈추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A씨는 지난 1월 남편이 '누구와 잠을 잤느냐'고 성적 모욕감을 주고 지팡이로 목을 조르자 화가 나 주방에 있던 칼로 남편을 찔러 숨지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스스로 112에 범행 사실을 신고하며 자수했다.
1심은 "A씨는 간병을 홀로 감당했음에도 남편에게 폭언 및 폭행을 당하게 되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치매 증상이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어 해당 사건을 "순간적으로 흥분한 상태에서 일어난 우발적 범행"으로 판단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징역 3년 형도 너무 무겁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나이·성행·환경·가족관계·전과·범행 후 정황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