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이놈의 집구석 내가 다신 들어오나 봐라"
31일 베프북스는 혼자 살기에도 벅차 함께 살아보기로 한 가족 이야기를 그린 '이놈의 집구석 내가 들어가나봐라'를 출간했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 아빠는 엄마와 싸울 때마다 이 말을 하면서 집을 나갔다.
어떻게든 자식들만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엄마는 억척 아줌마가 되어갔고, 그런 팍팍함이 싫었던 아빠는 집 밖에서라도 즐거움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부부간의 불화가 심해지면서 나와 동생은 문제가 생겨도 각자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동안 동생은 왕따를 당하며 생긴 마음의 상처를 숨긴 채 집에서 나오지 않게 되었고, 나는 집구석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계발에 매진했다.
우리 가족은 혈연으로 묶여 있었지만 각자의 아픔을 가슴에 묻으며 살아갔다.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생활고까지 겹치자 가족은 마주 보고 이야기할 여유조차 사라졌다.
성인이 된 나는 혼자서라도 집구석에서 벗어나려 했다.
자기계발, 연애를 통해 성공적인 행복을 얻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모든 노력은 가난, 애정결핍, 열등감 같은 불안에 발목이 잡혀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했고, 여자친구는 가난을 이유로 이별을 통보했다.
'난 왜 이렇게 되었을까?' 더 나아갈 곳이 없었다. 더 나아갈 힘이 없었다.
나 혼자만이라도 잘 살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결국 가족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애증과 연민에 갈등하며 가족을 벗어나지 못할 거라면 가족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어떤 날은 외식과 산책을 하고,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는 '사랑한다', '예쁘다', '고맙다'는 말도 쥐어짜냈다.
처음엔 손잡는 것도 역겨울 정도로 어색했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일단 해보는 수밖에.
그의 갖은 협박과 꼬드김에 넘어간 엄마와 동생은 마음에 꽁꽁 묶어둔 감정들을 빈 연습장에 쏟아냈다.
이후 가족들은 서로의 글에 댓글을 달아가기 시작했다.
몇 년 동안 스스로도 모르고 지내던 시간과 속마음을 나누게 되자, 우리는 누구보다 열심히 글을 써 내려갔다.
마치 미뤄뒀던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것처럼. 그렇게 채워진 연습장에는 그가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있었다.
'집구석'이었던 집이 과거형이 되기까지. 빈 연습장에 글을 쓰고, 댓글을 달며 우리는 서로의 사정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됐다.
아픔을 들어주고, 존중하며, 사랑하는 경험을 통해 자존감이 치유되고 성장할 수 있었다.
왕따를 경험해 본 적 있는 누군가, 짐 같은 가족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누군가, 갑작스레 찾아온 중년의 방황에 힘들어하는 누군가가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통해 불편한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작은 이야기라도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본다고 저자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