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서울 이태원이라는 번화가 한복판에서 한 20대 남성이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다. 폭행 당시를 포착한 CCTV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폭행 사건 자체 모습도 그러했으나 많은 주변 사람이 도와주지 않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 피해자는 한 사람만이 자신을 도와줬다고 했다. 도와준 이는 외국인이었다.
지난 24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앞서 이달 1일 발생한 이른바 이태원 묻지마 폭행 사건의 전후 사정이 보도됐다.
사건 당시 CCTV에서는 30대 남성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는 20대 남성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인도 위로 폭행 피해자가 쓰러지는 동안 가해자는 쉴 새 없이 주먹질했으며 피해자의 얼굴을 걷어차기까지 했다.
일방적인 폭행이 가해졌지만 CCTV에 잡힌 많은 사람이 말리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가해자는 폭행 뒤 지켜보던 인파를 뚫고 현장을 떠났다.
피해자를 도와준 사람은 외국인이었다. 가해자가 떠나고 현장을 지나가던 외국인은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발견한 뒤 인근 편의점에 들러 물티슈 등을 사 왔다.
이후 통화를 하는 듯싶더니 도착한 경찰에 안내, 상황을 설명하고 다친 피해자가 경찰차를 타고 떠날 때까지 곁을 지키는 모습이었다.
매체에 따르면 이 외국인의 신고 덕분에 7분 만에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폭행 후유증으로 기억이 흐릿하다는 피해자는 "다른 목격자들 모두가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취재진은 수소문 끝에 이 의인을 찾았다. 외국인 A씨는 카메라 앞에 나타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담배를 피우고 있다가 싸움 현장을 봤다"는 외국인은 "그냥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왜 피해자를 돕기로 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해외에서 살면서 언제 또 도움을 받을지 누가 알겠냐"고 답했다.
이어 잠시 침묵하던 외국인은 "제가 한국에서 살면서 느낀 게 있다"고 입을 열었다.
"한국 사람들은 서로 도움을 잘 주지 않아요. 싸움이 일어나면 오히려 구경만 해요. 심지어 더 싸우라고 부추기기도 해요"
외국인의 인터뷰를 보던 프로그램 진행자 신동엽은 "부끄럽다"며 할 말을 잃은 모습을 보였다.
한편, 피해자는 해당 외국인을 제외한 목격자 모두가 폭행을 방관했으며 가해자가 묻지마 폭행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날 방송에서는 새로운 CCTV가 공개되며 다른 정황이 포착됐다.
다른 시민들도 피해자를 도왔으며 피해자가 먼저 시비를 거는 듯한 장면이 보인 것.
그날에 대한 주장과 증거가 엇갈리는 가운데 경찰은 폭행 피해자와 가해자 양측을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