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7일(토)

"초등학교 1학년 딸을 '성추행'한 중3 남학생이 우리집 앞을 매일 지나갑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sBank


[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열심히 일하며 초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를 조금 더 좋은 환경에 키우고 싶었던 엄마. 


하지만 그 꿈은 8년도 채 이어지지 못했고, 이 가족은 지금까지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저는 초등 1학년 성추행 피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경북 경산에 거주하고 있는 청원인 A씨는 지난 8월 27일 비 오는 오후, 자신의 딸이 끔찍한 일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이날 A씨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인에게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A씨의 딸 B(8) 양을 데리고 놀이터로 가려는 한 남자 중학생 C(16) 군을 잡아뒀다는 것.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씨에 바깥으로 가는게 수상하게 여긴 지인이 남학생을 붙잡은 것이다.


다급히 현장으로 향한 A씨에게 C군은 "B양이 빗속 웅덩이에서 장난을 치다가 제 옷에 흙탕물을 튀겼다"며 "혼내려고 놀이터로 가는 중이었다"고 답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억울해하는 C군의 표정을 보니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안쓰러웠던 A씨. A씨는 남학생 C군에게 세탁비라도 전해주고자 핸드폰 번호와 이름을 받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이후 소식을 듣고 일까지 내팽개치고 달려온 A씨의 남편은 딸아이에게 남학생과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달라고 했지만 딸아이는 입을 꾹 다문 채 말을 하지 않았다.


몇 번의 설득 끝에 딸아이에게 들은 이야기는 A씨 부부에게 그야말로 '충격' 그 차제였다.


B양은 "C군이 자기 옷을 버리게 했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며 벌 받는 게임을 하자고 했고, 속옷 안으로 손을 집어 넣어 몸을 만졌다"고 털어놨다.


B양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A씨는 "C가 1차 성추행 후 2차 성추행, 또는 다른 행위를 위해 딸아이를 데리고 가던 중에 지인에게 잡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가족의 진짜 비극은 지금부터 시작됐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sBank


이 이야기를 듣고 난 부부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피해자인 딸아이가 떳떳하게 살 수 있도록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미리 받아둔 연락처가 있기에 일이 금방 해결될 줄 알았던 A씨. 하지만 남학생 C군이 알려준 정보는 전부 거짓이었다.


이후 A씨 가족은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했고, 딸아이의 진술을 비롯해 CCTV 확인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동안 B양은 두려움에 떨며 등·하교했다. B양의 학교와 C군의 학교가 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3주가 지나 C군은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끝까지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학교 밖에서 일어난 일이라 학교에조차 알릴 수 없다고 전해들었다.


A씨는 "지금도 C군은 학교도 잘 다니고 자전거를 타고 노래도 부르며 저희 아파트 근처를 다닌다"고 전했다.


심지어 며칠 전부터는 B양이 학교 가는 길을 관찰하는가 하며 일부러 천천히 지나가며 유심히 살펴보기까지 한다고 A씨는 주장했다.


더 이상은 참기 힘들어 경찰에 연락을 해봤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A씨 가족을 더욱 힘들게 했다.


"C군에게 강제로 어떠한 행위도 할 수 없고 대신 아이의 아버지께 전화하여 피해자 가족이 불안해하니 조심해 달라고 전해 주겠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sBank


A씨는 "피해자는 피하라고 피해자인거냐"며 "딸아이는 교복 입은 남학생들만 보면 피해 다닌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비 오는 날만 되면 우울해하고 더 긴장한다"며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는 저희 딸은 내일도 남자 아이가 지나다니는 길에 학교를 가기 위해 나와야 한다"고 눈물지었다.


A씨는 피해자가 피해 다니는 사회가 아닌 당당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촉구하며 청원을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