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7일(토)

초등학교 여교사 살해 후 최초 '목격자'라며 경찰에 거짓 신고한 살인마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지난 6월 제주도에서 발생한 초등학교 여교사 사망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지난 29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제주 초등교사 사망 사건을 취재, 보도했다.


지난 6월,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고(故) 김지현(29) 씨가 제주 한 아파트 욕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발견 직후 구급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하며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김씨는 1시간 만에 결국 사망했다.


사인은 췌장 파열과 과다 출혈이었다. 전문가들은 "굉장히 강한 충격(폭행)이 반복적으로 행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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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점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폭행으로 인한 과다 출혈로 사망했는데, 욕실 현장에서는 혈흔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던 것. 누군가 고의로 혈흔을 지웠기 때문이었다. 살인이었다.


이후 긴급 체포된 유력 용의자는 사건의 최초 신고자였던 40대 남성 손모 씨였다.


"집에 도착했을 때 김씨가 쓰러져 있었다"며 김씨 사망의 목격자인 것처럼 연기하던 손씨는 이후 "김씨와 종교와 관련해 조언을 주고받는 관계이며 자신을 무시해 우발적으로 폭행해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법의학자는 또다시 의문을 제기했다. "시신에서 드러나는 멍들의 색이 다 다르다. 멍이 든 시일이 모두 다 다르다는 것"이라며 김씨가 우발적 폭행이 아닌, 생전 상습적으로 폭행당했음을 암시했다.


그렇다면 용의자 손씨는 누구일까. 손씨는 자신이 해외 유명 음대를 나왔으며 일본에서 호텔 사업을 하는 선교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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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손씨는 해당 대학에 입학한 적도 없고 일본에서 사업을 하는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런 손씨에게 김씨는 몇 년 동안 끊임없는 폭력과 강압을 견디며 매우 큰 액수를 지속적으로 헌납해왔음이 밝혀졌다.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자란 김씨는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크게 힘들어했고 그때 손씨를 만났다.


가장 힘들던 그 순간 같은 종교를 내세우며 다가온 손씨에게 맹목적으로 기대고 싶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는 분석했다.


실제 이날 방송에 출연한 박지선 범죄심리학 교수는 "피해자는 애초부터 가해자가 나쁜 사람이었던 것이 아니고 본인이 힘들 때 고마웠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폭력을 행사해도 나를 해치려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서운 것은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피해자가 그렇게 종속될 정도로 가해자가 얼마나 악랄하고 점진적인 범행 수법을 썼는지를 정확히 분석해서 이런 범죄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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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지현 씨도 평범한 20대 여성이었다.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었던 김씨는 생전 아이들이 좋아서 선생님이 됐다고 말하곤 했다.


동료 교사는 "학교에서 하라 하지도 않는데 가정방문을 다 했었다"며 굉장히 열정적이었던 선생님 김씨를 기억했다.


악마의 손에 부임한 지 갓 1년 된 초등학교 교사가 목숨을 잃었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순간, 그 상처를 파고들며 삶을 짓밟은 남성.


손씨는 현재 김씨에 대해 폭행을 인정한 것 외에는 상해치사만을 주장하며 어떤 이야기도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