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7일(토)

"정치적 행사는 그만"...이산가족 상봉을 바라보는 국민의 안타까운 시선들

뉴스 1


[인사이트] 정인영 기자 = 무려 65년 만이었다. 분단의 비극으로 생이별한 가족이 서로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기까지 걸린 시간 말이다.


65년 만의 만남에 허락된 시간은 2박 3일, 12시간이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긴 세월의 회한과 기쁨을 나누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생전 처음 딸을 만나 어릴 때 사주지 못한 과자 선물을 준비한 89세의 아버지, 피난길에 잃어버린 네 살 아들과 68년 만에 재회한 92세의 어머니, 99세 어머니에게 안겨 서럽게 울던 77·71세가 된 두 딸...


꿈같은 만남을 뒤로하고 "잘 살아라. 꼭 살아 있으라" 당부하며 다시 기약 없는 이별을 하게 된 이산가족의 애통한 모습을 지켜보며 국민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뉴스 1


그 짧은 만남조차도 단 170가족에게만 허락됐다. 상봉 신청에서 좌절된 이산가족은 피눈물을 흘리며 또다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긴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이산가족도 7만 6천 명을 넘었다. 6만 명도 채 남지 않은 생존자 중 고령으로 매해 3~4천여 명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죽을 때까지 가족을 그리워하다 생을 마감했을 이산가족을 생각하면 차마 그 슬픔을 헤아리는 것조차 죄스럽게 느껴진다.


뉴스 1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과도 실시간 화상 통화를 할 수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지척에 가족을 두고도 70년 가까이 서로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비극적인 분단 현실이 참담하기까지 하다.


이 같은 아픔을 실향민으로서 충분히 공감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은 상시 상봉, 화상 상봉 등을 직접 지시했고 대한적십자사 박경서 회장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이르면 10월 상봉행사를 한 번 더 갖기 위해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빠른 시일 내, 더 많은 이산가족이 만날 수 있도록 상봉 행사의 횟수가 늘고 화상 상봉 등도 현실화되길 바란다.


뉴스 1


이에 더해 상봉 '행사'에 머물지 않고, 이산가족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미 논의돼왔던 상봉 정례화나 상설면회소의 설치, 금강산 등 이산가족 여행상품 개발 등은 분단 현실을 고려해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이산가족의 자유로운 만남을 보장하는 다양한 제도들의 조속한 마련을 통해 이산가족의 피맺힌 그리움의 한을 풀어주고 남북한 경제협력 및 통일의 계기로 이어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