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석태진 기자 = "아무리 돌아가셨어도 아버지 나이도 모르니. 어떻게 사망했는지도 모르고"
6·25전쟁 때 헤어진 형을 찾아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참여한 두 할아버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지난 20일 금강산에서 진행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여한 이재일(85), 이재환(76) 할아버지는 북에서 사망한 형의 자녀를 만났다.
헤어진 형의 자녀라며 나온 리경숙(53), 리성호(50) 남매는 형의 사진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재환 할아버지는 화가 난 듯 자리를 떠났다.
그 이유는 조카들이 형의 나이와 사망 경위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다소 격양된 목소리의 이재환 할아버지는 직접 서류를 들고 와 "친인척 관계가 맞다"는 북측 관계자들의 설명에도 결국 행사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리경숙 씨는 테이블에 남은 이재일 할아버지에게 "아버지가 맞습니다. 모습이 (작은아버지와) 비슷합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재일 할아버지는 "형님이라고 하는데 사진을 보니 아니다. 국민학교 때 헤어졌지만 나보다 몸집이 좋았다"라며 의심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친형이 조카들에게 남쪽의 동생들 이야기를 한 적 없다는 말에 "이남에 형제가 있는지 아무 말도 안 했다는 게 말이 되냐"며 분노를 터트렸다.
실제 조카들이 맞는지 의문을 지우지 못한 이재환 할아버지는 결국 상봉행사 내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촌수가 먼 가족들이 생전 처음 만나고 하다 보니 반신반의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는 진짜 가족이 아니라고 판단하신 분들은 상봉에 참여하지 않고 돌아가겠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이분들은 상봉을 계속했기 때문에 상봉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한편 가족마다 헤어진 시기는 다르지만 정전협정을 기준으로 65년 동안 떨어져 지낸 남북 이산가족.
2박 3일의 짧은 일정을 마친 이들은 다시 만난 날을 눈물로 기약하며 오늘(22일) 기약없는 이별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