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똑같은 아픔을 안았음에도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위안부 할머니들의 처우는 달라졌다.
지난 10일 JTBC '방구석1열'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영화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그램 출연진인 변영주 영화감독은 지난 1995년부터 일본군 위안부 관련 다큐멘터리 3부작 '낮은 목소리'를 제작하며 영화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딘 인물이다.
실제 위안부 피해자들을 많이 만나본 만큼, 누구보다 그분들의 삶을 잘 알고 있을 변 감독은 이날 "중국에도 위안부 피해자들이 있다"며 문득 말문을 열었다.
일제강점기 당시 중국에 있던 일본군 기지로 끌려간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군이 패망 후 다급하게 도망가면서 그곳에 그대로 남겨졌다.
일부는 고국으로 돌아갔지만 나머지는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위안부 피해자들은 현지에 정착해 살게 됐다.
변 교수는 "이분들이 중국어를 하게 되면서 자기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밝혔고, 중국 정부에서는 식민지 시대 피해자인 이들을 국가유공자 급으로 대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적인 예를 전했다.
과거 중국에서는 택시 운전사가 상당히 되기 어려운 직업이었다. 중국 정부는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인 택시 운전사 자격증 시험에서 위안부 피해자 자녀들을 우대, 혜택을 제공했다.
국가의 대우에 따라 달라지는 피해자들의 삶. 변 감독은 "중국에 남은 할머니들의 삶이 한국의 할머니들보다 행복하다"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나라에서 존중해 주면 자연스레 사람들 또한 위안부 피해자들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걸 느꼈다는 변 감독의 말에 다른 출연진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주에 있는 광복절 바로 전날인 오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위안부 생존자 중 한 명이 처음으로 세상에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날이다.
최초로 용기를 내어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린 故 김학순 할머니는 생전 혈혈단신으로 살아왔다. 할머니는 "만약 내가 가족이 있었다면 증언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따가운 눈초리에 참혹한 피해를 입고도 한 마디조차 뗄 수 없었던 우리 사회의 수많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전해진 중국의 이야기가 더욱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