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7일(토)

어른으로 속인 청소년에 술 팔았다가 '680만원' 벌금 폭탄 맞은 식당 사장님

단편 영화 '지호네 가게'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사장님, 우리 청소년인데 신고하시게요?"


성인으로 신분을 속이고 술을 마시는 청소년들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자신이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식당 사장의 애환을 그린 단편 영화 한 편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재조명된다.


지난 4월 경기도 성남에서 작은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은표씨는 실제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토대로 영화 '지호네 가게'를 제작해 공개했다.


은표씨는 지난해 추석만 생각하면 깊은 한숨부터 나온다. 


단편 영화 '지호네 가게'


술을 마시던 손님들끼리 몸싸움을 벌였고 이내 식당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깜짝 놀란 은표씨는 경찰에 이를 신고하려고 했다.


그러자 손님 중 한 명이 "나 미성년자인데 신고할 거냐"고 도리어 협박을 시작했다. 은표씨는 당황했다.


이대로 신고했다간 꼼짝없이 청소년에게 술을 판 죄로 벌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


하지만 매번 이런 식으로 악용하는 청소년들을 두고 볼 수만은 없어 '내 죄는 내가 받고, 네 죄는 네가 받자'는 심정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결국 이날 은표씨는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한 혐의로 벌금 680만원을 물어야 했다.


반면 식당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성인이라 속여 술까지 마신 청소년들은 훈방조치됐다.


단편 영화 '지호네 가게'


그동안 은표씨는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을 위해 밥집을 운영하고 문화 행사도 주최하며 소외받은 청소년들을 위한 삶을 살아왔다.


성남에서 '그남자'라고 하면 다 알 정도로 유명한 은표씨였다. 그런 은표씨가 주점을 운영하면서 청소년에게 당한 셈이다.


신분을 속인 청소년들 때문에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그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리며 불합리한 식품위생법 개정과 청소년 보호법 개정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현행법상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하면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물린다.


또 식품위생법에 따라 영업정지나 영업폐쇄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단편 영화 '지호네 가게'


반면 신분을 속이고 술을 사거나 마신 청소년들에겐 별다른 처벌 조항이 없다.


청소년에게 술을 팔지 않는 것은 당연하지만 교묘하게 숨어들어 술을 마시는 청소년들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도 사실.


특히 무전취식을 노리고 일부러 업주를 신고하거나 협박하는 청소년들도 있어 법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이와 관련 청소년 음주예방 수칙을 이행하고도 위조신분증에 속아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하게 됐을 경우 영업 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면제해주는 식품위생법 및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이 법안이 선량한 자영업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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