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7일(토)

120여 년간 숨겨져 있던 덕수궁 '비밀의 길'이 드디어 개방된다

'고종의 길' / 문화재청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아관파천' 당시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이어(移御, 임금이 거처를 옮김)할 때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고종의 길'이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30일 문화재청은 지난 3년간의 '고종의 길' 정비사업을 마치고 올해 10월 정식 개방 전에 먼저 시범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고종의 길'은 덕수궁 돌담길에서 역대 조선 임금의 어진과 신주를 보관했던 선원전을 따라 옛 러시아 공사관까지 이어진 좁은 길이다.


고종은 명성황후 시해 이듬해인 1896년 2월 11일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옛 러시아 공사관에서 바라본 고종황제가 이어한 길 / 문화재청


이른바 '아관파천'이다. 이번에 복원된 '고종의 길'은 아관파천 당시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길 때 사용했던 길로 추정된다.


대한제국 시기 주한 미국공사관이 제작한 정동 지도에는 미 대사관저와 선원전 사이의 작은 길을 '왕의 길(King's Road)'이라고 표시한 데 따른 것이다. 


광복 이후 '고종의 길' 주변은 경기여고와 주한미국대사관저 등의 부지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지난 2003년 미국대사관의 기숙사 건립을 위해 시행한 문화재 지표조사 결과에서 덕수궁 선원전 영역임이 확인되었다.


이에 2011년 한미정부 간 합의에 따라 우리나라 소유의 토지가 되었고, '고종의 길'도 복원할 수 있게 되었다.


고종의 길 위치도 / 문화재청


'고종의 길'은 오늘 8월 한 달간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별도의 입장료 없이 관람할 수 있다. 


또한, 선원전 터 안에 있는 '조선저축은행 중역 사택'도 철거를 하기 전 8월 한 달 동안 시민에게 한시적으로 개방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앞으로도 근대의 역사와 문화의 중심인 덕수궁의 가치 향상과 대한제국의 역사 인식 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계획이다. 


조선저축은행 중역 사택 / 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