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7일(토)

故 박종철 열사 아버지 장례식장 '남몰래' 다녀간 '1987년 담당 검사'

영화 '1987'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1987년 사망한 故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가 '아들'을 만나기 위해 하늘로 떠났다.


박씨의 가는 길을 기리기 위해 빈소에는 많은 시민과 여러 정·관계 인사가 몰려들었다.


그 가운데 故 박 열사가 고문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핵심적 인물인 1987년 당시 사건을 맡았던 최환 검사가 빈소를 조용히 다녀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8일 최 검사는 박씨의 장례가 진행되고 있는 '부산시민장례식장'을 조용히 다녀간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 중인 '박종철 열사' 사건을 맡은 1987년 당시 최환 검사 / 뉴스1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최 검사가 다녀간 사실을 그 순간에는 알지 못했다고 한다. 조문객들에 섞여 있었다는 점과 평소 얼굴을 드러내놓고 활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그가 빈소를 다녀갔다는 사실은 방명록을 확인하면서 밝혀졌다.


최 검사는 "이 땅의 우리 아들·딸들이 고문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다시는 없게 인권이 보장되고, 정의가 살아있는 민주화 운동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아드님 곁으로 가시어 영면하시옵소서"라는 방명록을 남기며 고인을 추모했다.


그는 조문글 아래에 "1987년 당시 담당 검사 최환 합장"이라는 말을 남겼다.


영화 '1987'


최 검사는 현재는 검사복을 벗고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서슬 퍼런 '군부독재' 시절인 1987년 1월 14일, 국가의 압박 속에서도 박 열사가 '고문'으로 숨졌다는 사실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의 공로는 지난해 영화 '1987'에서 시민들에게 공개되며 큰 화제가 됐다. 배우 하정우가 연기했던 그 검사가 바로 최환 검사다.


영화 '1987'


극 중 대사나 성격은 최 검사와 완전히 똑같지는 않더라도 '정의'를 생각하는 그 강직함만큼은 완전히 똑같았다는 후문이다.


한편 대한민국의 역사를 극적으로 변모시킨 '6월 항쟁'을 촉발했던 故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는 지난 28일 오전 5시 50분께 세상을 떠났다.


박씨는 지난해 1월 넘어지면서 척추에 금이 가 수술을 수차례 받았고, 고령으로 인해 몸이 좋지 않아 요양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