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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잘 가렴"…반려동물 장례식장서 오열하는 노부부

반려동물 인구가 천만 시대,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위한 장례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우리 예쁜 아기 마지막 가는 길입니다. 인사하세요."


입관을 마친 반려동물장례지도사가 깍듯하게 말합니다. 가족은 이내 눈물입니다.


'예솔이'는 13년을 노부부와 살았습니다. 부인은 소리 내 울고 남편은 소리죽여 웁니다. 심장판막증을 앓았던 예솔이는 수술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먹기 싫어하는 약을 먹여야 했습니다.


부인은 그게 그렇게 미안합니다. 평생 개를 싫어했던 남편은 어느 때부터 예솔이에게 푹 빠져 살았습니다. 집에 온 첫날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하얗고 자그마한 게 귀엽더라고요."


부인은 다른 반려견을 키우지 않겠다고 합니다. 예솔이를 잊을 수 없기도 하지만 일흔 나이에 다른 반려견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할 수도 있어서입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추모실 밖으로 울음소리가 새어 나옵니다. '꼼이'를 키우던 젊은 남녀입니다.


여성의 울음은 통곡에 가깝습니다. 7년을 함께 했습니다. 하루 전 갑자기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동물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남성의 품에 안겨있는 다른 강아지는 무슨 일인지 아는지 장례식 내내 아무 소리도 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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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순이'는 추석 연휴 후 갑자기 호흡곤란이 왔습니다.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여의치 않았습니다. 장례식장엔 어머니와 딸, 손자 3대가 함께 왔습니다. 어머니는 14년을 깜순이와 함께 했습니다. 남편이 딸 아이를 위해 데려온 강아지였습니다.


화천에 사는 딸은 깜순이 소식에 냉큼 달려왔습니다. 칠레에 사는 다른 딸은 자신이 일을 마치고 귀국할 때까지 수목장을 미루라고 합니다. 깜순이는 그때까지 납골당에 머무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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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경기도 광주 반려동물장례식장 '러브펫'에서 예솔이, 꼼이, 깜순이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모두 어느 가정의 '소중한 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보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장례지도사가 염습합니다. 마치 인형 같습니다. 가족은 창문으로 모습을 지켜봅니다. 입관 전 장례지도사가 가족에게 말합니다.


"고통스럽게 가면 혈흔이 보이는데 우리 아기는 혈흔이 안 보입니다. 편하게 갔습니다."


"우리 아기 모습을 보니 주인님이 관리를 아주 잘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다."


"너무 슬퍼하시면 우리 아기가 쉽게 못 갑니다. 주인님이 편하게 보내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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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관 후 추모제를 합니다. 향을 피우고 관 위에 손을 올려 봅니다. 이제 보내줘야 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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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화장로 안에 들어가는 반려견의 관은 너무 작아 보입니다. 장례지도사는 90도로 인사를 해 마지막 예를 갖춥니다. 화장 시간은 한 시간 정도입니다.


수습한 유골은 유골함에 가지고 가거나 고열로 녹인 후 돌 알갱이로 만들어 보관할 수도 있습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연합뉴스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가 천만 명이라고 합니다. 장례식장에 오는 동물도 다양합니다. 주로 개와 고양이지만 가끔 앵무새, 햄스터, 거북이 등도 있습니다.


사람도 아닌 동물에게 너무 큰 관심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려'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반려동물은 이미 사람들의 '동반자'이고 또 '가족'입니다.


반려동물장례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제점도 있습니다. 특정 지역에 업체가 몰리기도 하고 불법 장례식장도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발족한 한국 동물장례협회 조용환 회장은 "불법업체로 인해 소비자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현재 일반 사람과 같은 묘지관리시설로 분류한 것을 동물 장묘 관련시설로 정부에서 정해주면 좋겠다." "설립 기준이 완화돼 업체 진입장벽도 낮아지고 특정 지역에 업체가 편중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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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에서 검색하면 서울 곳곳에 지점이 있다고 나오는 업체도 있습니다. 서울은 반려동물장례식장 허가가 나오지 않습니다.


전화를 해보면 콜센터처럼 전화만 받아 지방으로 연결하는 식입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운영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에 보면 등록업체는 24곳입니다.


허가 영업내용은 장례, 화장, 납골 등으로 화장시설이 없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데 역시 서울로 등록된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장례비용은 반려동물의 무게와 수의, 관, 유골함 등 선택사항에 따라 달라집니다. 보통 18만 원에서 백만 원 사이입니다.


이러한 문화에 이견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개인의 선택입니다. 심심치 않게 나오는 동물 학대 소식보다는 좋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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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 한쪽에 마지막 편지가 빼곡하게 붙어 있습니다.


'미안하고 사랑해! 다음 생에 다시 꼭 만나자'


'가는 날 비가 오네…. 헤매지 말고 잘 찾아가. 언니가 뒤에서 지켜볼게. 무서워하지 말고'


'14년 동안 곁에 있어 줘서 고맙고 다음 생에 또 보자'


'아프게 보내서 미안해. 다음에 만나면 더 사랑하고 예뻐할게.'


'다시 태어나면 개로 태어나지 말고 사람으로 태어나서 먼저 알아봐줘... 내가 뒤따라가면 꼭 마중 나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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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반려동물 페스티벌 연다성남시가 오는 14일 반려동물과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문화 축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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