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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입 취재 위해 10일 동안 '정신병원' 입원한 여성 기자

여성들을 감금해 고문, 폭행한다는 정신병원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직접 환자로 입원한 기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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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정신병원의 끔찍한 실태를 폭로하기 위해 잠입 취재에 나선 여성 기자.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들이 감금과 폭행 등 부당한 대우를 받던 시절, 그녀의 기사 한 편은 거대한 물결을 몰고 올 물장구와도 같았다.


최근 온라인 미디어 엘리트리더스는 정신병원에 10일 동안 입원하며 잠입 취재를 했던 미국의 기자 엘리자베스 코크란 시먼(Elizabeth Cochran Seaman)의 일대기를 전했다.


지난 186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태어난 시먼은 어린 시절 부모님의 행동방식을 보고 숱한 의문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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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자연스럽게 '바깥일'을 하면서 일을 하고 엄마는 당연한 듯이 '집안일'을 하면서 청소, 빨래, 육아를 도맡았다. 모든 의사결정은 오롯이 아빠의 몫이었다.


시먼이 태어났을 당시 여성들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정치 참여는 물론이고 사회적 진출에 제약이 심해 직업을 얻기도 힘들었다.


이에 불만을 품은 시먼은 당시 피츠버그(Pittsburgh) 지역 신문사의 남성 우월주의를 옹호하는 칼럼을 비판하고 나섰고, 신문사 편집장은 그녀에게 감명을 받아 당사 기자로 채용했다.


기자라는 직업을 얻게 된 시먼은 이때부터 '넬리 블라이(Nellie Bly)'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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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후 시먼은 지면의 여성 섹션을 담당하게 됐고, 그녀는 여성들의 권리 신장을 위한 기사를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녀가 써야 했던 기사는 전부 집안일에 관한 내용뿐이었다.


이에 사표를 쓰고 뉴욕으로 거처를 옮겨 뉴욕 세계 신문사(New York World newspaper)로 이직했다.


그곳에서 그녀가 맡은 첫 임무는 바로 여성들의 부당한 대우를 파헤치는 기사를 쓰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시먼은 뉴욕 인근 루즈벨트섬에 있는 여성 정신병원에 위장 입원했다. 당시 뉴욕에서는 여성들이 정신병원으로 끌려가 무자비한 폭행과 학대를 당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팽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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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정신병원에 환자로 입원한 시먼은 두 눈을 의심할 정도로 끔찍한 모습을 보게 됐다.


여성 환자들은 폭행과 감금, 고문, 학대 등을 당하고 있었으며 쥐와 바퀴벌레가 가득한 방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이유는 단지 '여성'이었기 때문.


심지어 일부 환자들은 정신적으로 이상이 없는 정상 상태인데도 그곳에 감금됐고, 의사는 환자들이 제정신이 아니라며 모든 말을 믿지 않는 상황이었다.


10일 동안 정신병원의 만행을 직접 경험한 시먼은 소속 신문사 관계자의 도움으로 퇴원한 후 기사를 한 편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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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써 내려간 'Ten Days in a Mad-House'라는 제목의 기사는 미국 전역에 파장을 일으켰고, 본격적으로 여권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이후에도 언제나 여성의 권리 신장과 남성 우월주의 비판, 여성 참정권 등에 관련된 기사를 작성하고 목소리를 높이며 사회의 급진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결국 그녀가 숨지기 2년 전, 미국 정부는 여성의 참정권을 법적으로 인정하며 모든 여성들은 투표용지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지난 1922년 세상을 등진 필명 '넬리 블라이'. 그녀의 노력은 여성들의 사회심리적 장벽인 유리 천장에 조금이나마 금이 생기도록 만든 힘찬 몸짓이 아니었을까.


20년째 살해 협박 당하면서도 위안부 진실 알리는 일본 기자20년째 갖은 협박과 폭언에 시달리면서도 여전히 일본군 위안부 진실을 알리고 있는 한 일본 기자의 노력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